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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사고 위험성 알고도 경비경력 빼지 못한 경찰

이태원 사고 위험성 알고도 경비경력 빼지 못한 경찰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2-11-03 20:09
업데이트 2022-11-0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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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사전 내부 문건서 사고 위험 예상
신고 빗발쳐도 기동대 투입 안해
집회 대응에 밀린 이태원 참사
집회 없던 서초서 2개 부대 야간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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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핼러윈데이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공간이 마련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국화꽃 등이 놓여 있다. 2022.11.2  연합뉴스
2일 핼러윈데이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공간이 마련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국화꽃 등이 놓여 있다. 2022.11.2
연합뉴스
경찰이 핼러윈축제 기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많은 인파가 모여 사고 위험이 있다는 걸 예상했으면서도 참사 당일 용산 대통령실로 행진하는 대규모 집회 관리에만 인력을 집중 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은 제한된 경찰 병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경찰 기동대(경비)를 도심 집회에 투입했다고 하지만 정작 기동대 1개 부대(60명)는 참사 현장 인근에서 대기 중이었던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참사 발생 전 시민들의 112신고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경찰의 부실 대응으로 가용한 경찰 병력이 현장에 투입되지 못한 것이다.

3일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10월 29일 경력운용 계획’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도심권 집회·시위에 대비하기 위해 타 시도 경찰청 소속 13개 기동대를 포함해 81개 기동대를 동원했다. 기동대 한 부대가 60명인 점을 고려하면 4860명을 투입한 것이다.

경찰은 용산 전쟁기념관 인근 집회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청 소속 기동대 3개 부대를 배치하고 다음날 오전 8시까지 근무하는 야간 대기조로 기동대 1개 부대를 배치하기로 계획했다. 그러나 용산 집회 대응에 배치됐던 서울청 소속 기동대 3개 부대가 광화문 집회 대응에 동원됐고, 대신 경기남부청 소속 기동대 3개 부대가 투입돼 오후 8시까지 용산 지역 집회에 대응했다.

이후에는 야간조로 편성된 서울청 기동대 1개 부대가 광화문 집회 대응을 마치고 녹사평역과 삼각지역 인근에서 대기 근무를 했다. 녹사평역과 이태원역 1번 출구까지는 직선거리로 676m에 불과하다. 걸어서 12분 거리인데도 이 기동대는 참사 현장 인근에서 대기 근무를 한 셈이다. 광화문과 여의도, 서초 관내에서도 4개 부대가 야간 대기 중이었다. 2개 부대가 대기 중이던 서초에는 이날 집회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용산경찰서는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작성한 종합치안 대책 자료에서 “올해는 핼러윈 이전 주말에 더 많은 인파가 곳곳에 운집해 무질서와 사건·사고가 빈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12신고가 폭증할 것에 대비해 이태원파출소와 인접한 파출소 3곳의 관할을 조정하기도 했다. 참사 당일 이태원파출소 근무일지를 보면 순찰2팀(10명)이 근무조였지만 32명의 직원이 자원해 근무에 투입됐다.

서울경찰청이 작성한 핼러윈데이 종합치안대책 문건에서도 최근 3년간 핼러윈 기간 이태원파출소의 치안 수요가 폭증한 것으로 나와 있다. 지난해 핼러윈 주말 동안 신고 건수는 368건으로 핼러윈 기간이 아닌 주말의 신고 건수(155건)에 비해 2.4배나 많았다.

하지만 용산경찰서장을 비롯해 교통·경비·정보과장 모두 참사 당일 오후 8시 30분까지 대통령실 인근에서 진행된 집회를 챙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 때문에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지원받은 교통기동대 1개 제대(20명)도 오후 9시 30분이 돼서야 현장에 투입됐다.

한 간부급 경찰관은 “하루 종일 집회·시위 관리, 경비 업무를 마친 기동대를 곧바로 재투입하는 것도 부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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