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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첫 등교일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초등생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첫 등교일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초등생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09-07 15:34
업데이트 2021-09-0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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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t 덤프트럭, 보행자 신호 무시하고 우회전하다 사고
유족 “공사업체 측 사과 없어…재발방지책 필요” 청원

경주 초등생 덤프트럭 교통사고 현장에 놓인 꽃.  독자 제공
경주 초등생 덤프트럭 교통사고 현장에 놓인 꽃.
독자 제공
새 학기 시작 후 첫 등교일에 보행자 신호를 무시한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의 가족이 공사업체 측에 사과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경주 ○○초등학교 5학년 ○○○의 첫 등교일 하늘나라로 간 횡단보도 교통사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앞서 지난달 30일 오전 7시 50분쯤 등교 중이던 A(12)양은 경북 경주 동천동의 한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던 25t 덤프트럭에 치여 현장에서 숨졌다.

A양은 개학일 학교에 가기 위해 보행자 신호에 맞춰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이었다.

A양의 어머니라고 밝힌 청원인은 “사고 당일은 방학을 마친 초등학교 5학년 막내의 첫 등교일이었다”면서 “막내는 들뜬 마음에 ‘학교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오전 7시 45분쯤 집을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전 7시 48분쯤 막내가 신호등이 설치된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순간 25t 덤프트럭이 신호를 무시하고 막내를 덮쳤다”며 “막내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경주 초등생 덤프트럭 교통사고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경주 초등생 덤프트럭 교통사고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해당 덤프트럭이 마을 안 한국수력원자력 사택 공사 현장에 흙을 실어나르는 차량이라면서 청원인은 “사고 후 공사업체 측에서 누구 한 사람 나서서 사과하는 사람이 없고, 재발방지책을 강구하겠다는 말 한 마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루에 40~50대가 흙을 싣고 좁은 동네 도로를 달리는데 횡단보도에는 안전을 관리하는 현장 요원이 한 명도 없었다”며 분노했다.

또 “막내가 건너던 산업도로에는 신호·과속 단속 카메라도 한 대도 없다. 평소에도 주행하는 차량들이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들어와도 그냥 쌩쌩 막 달린다”면서 “우리 동네 입구는 교통사고 사각지대다. 사고 재발 방지책을 이행하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7일 오후 3시 20분 현재 760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사고 당시 A양이 바닥에 쓰러졌지만 덤프트럭 운전자는 A양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고, 트럭이 A양의 위를 그대로 지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자 B씨가 이상함을 느끼고 차를 멈춰 세워 A양을 발견했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지점은 학교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곳으로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은 아니다.
경주 초등생 덤프트럭 교통사고 현장에 놓인 편지.  독자 제공
경주 초등생 덤프트럭 교통사고 현장에 놓인 편지.
독자 제공
경찰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대구지법은 지난 2일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고 가해자가 범행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공사업체는 공사 현장과 다소 떨어져 있다며 신호수 배치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후 공사 주체인 경북개발공사는 뒤늦게 공사장 차량 출입로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에는 시민들이 놓고 간 꽃과 편지 등이 남아 있다. 한 시민은 “생각만 해도 화가 나는구나. 부디 좋은 곳에 가서 아프지 말고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썼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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