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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안 따르면 3년 재수없어”…해군도 성추행 늑장대응, 75일 같이 근무했다

“술 안 따르면 3년 재수없어”…해군도 성추행 늑장대응, 75일 같이 근무했다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1-08-13 23:29
업데이트 2021-08-13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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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 통제되는 해군 2함대사령부
출입 통제되는 해군 2함대사령부 공군에 이어 해군에서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13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의 모습. 2021.8.13 뉴스1
가해자 미분리·2차 가해 의혹
해군 “본인이 신고 원치 않아”만 반복
신고와 별개로 보호 조치했어야
피해자 진술받고 돌연 사망


해군에서 여군 장교가 성추행 피해 신고를 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군의 성범죄 대응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성추행 피해 사실을 즉각 알렸지만,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가 전무했던 데다 2차 가해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부임 사흘 만에 성추행…분리 없이 같은 부대 근무
13일 해군에 따르면 성추행 피해자인 A중사는 지난 5월 24일 인천의 한 도서 지역에 있는 부대에 부임했다. 이후 부임 사흘 만에 성추행을 당했다.

A중사는 같은 달 27일, 전투휴무일임에도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B상사가 식사하자고 해 영외 민간 식당에 나갔다. B상사는 이 자리에서 A중사의 ‘손금을 봐주겠다’고 하는 등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B상사는 A중사에게 술을 따르게 했고, 이를 거부하자 ‘술을 따라주지 않으면 3년 동안 재수가 없을 것’이라며 악담도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A중사는 당일 주임 상사에게만 메신저로 피해 사실을 보고했지만, 8월 9일 본인 요청에 따라 사건이 정식 접수되고 전속되기 전까지 75일간 피해자와 가해자는 계속 같은 부대에서 정상 근무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해군 관계자는 피해 초기 당시에 A중사가 주임상사에게 ‘일체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요청’했다는 설명만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B상사가 피해자의 직속상관인데다 부대 자체도 규모가 작은 섬 부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지 즉시 피해자와 가해자 간 물리적 분리가 이뤄졌어야 하는 부분이다.

해군 관계자는 “안타까운 부분”이라면서도 “법령상으론 성추행 사고가 일어나면 (인지 즉시) 보고하게 돼 있고, 훈령 상에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보고하지 않게 돼 있다”고 말했다.
“유족에게 생전 고충 토로”…전속·정식수사 착수 직후 사망
5월 성추행 직후엔 정식 신고를 원치 않았다던 A중사가 약 두 달 뒤 정식 신고를 결심했다는 점에서 2차 가해 의혹도 강하게 일고 있다.

해군은 정식 신고 전까지인 5월 27일∼8월 7일 사이 2차 가해 여부에 대해 “수사로 밝혀야 할 부분”이라며 함구하고 있다. 부대장 면담 내용조차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이날 공개한 A중사와 유가족의 문자 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A중사는 지난 3일 부모에게 “(가해자가) 일해야 하는데 자꾸 배제하고 그래서 우선 오늘 그냥 부대에 신고하려고 전화했다”라며 “제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안 될 것 같다”라고 했다.

또 A중사가 사건 이후에도 분리되지 않은 채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과정에서 B상사의 업무상 따돌림, 업무 배제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하 의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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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성추행 피해 여중사 사망 관련 회견하는 하태경
해군 성추행 피해 여중사 사망 관련 회견하는 하태경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날 숨진 채 발견된 해군 여중사가 지난 3일 유족에 보낸 메시지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고 결심했던 A중사, 돌연 사망 이유?
A중사는 8월 9일 사건을 정식 신고하기로 결심하고 같은 날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해군 모 부대로 전속됐다. 본인이 육상 부대로의 전출을 희망했다고 해군은 전했다.

이튿날인 10일 부대 군사경찰에서 성고충 상담관 배석하에 첫 피해자 조사도 받았다.

이때 피해자 요청에 따라 민간 국선변호사 선임을 요청해 지정도 이뤄졌으며, 사망 전까지 8차례 성고충 상담관과 전화 상담을 했다고 해군은 설명했다.

그러나 조사 이튿날인 11일부터 19일까지 청원휴가를 냈던 A중사는 돌연 12일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편 현재까지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군사경찰은 고인의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진행해 수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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