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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부당 갑질·힘든 노동에 스트레스”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부당 갑질·힘든 노동에 스트레스”

임효진 기자
입력 2021-07-07 15:10
업데이트 2021-07-0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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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서울신문 DB
서울대학교. 서울신문 DB
최근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던 50대 여성이 교내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직장 내 갑질’에 시달렸다고 노동조합이 주장했다.

7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청소노동자 A씨 사망과 관련해 오세정 서울대 총장을 규탄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노조는 “고인은 지난달 1일 부임한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 안전관리 팀장 등 서울대학교 측의 부당한 갑질과 군대식 업무 지시, 힘든 노동 강도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안전관리 팀장은 매주 수요일 청소 노동자들의 회의를 진행했다”면서 “남성 청소 노동자는 회의 시 정장을, 여성 노동자는 복장을 예쁘게 단정하게 입을 것을 강요했다”고 비판했다.

또 해당 팀장이 노동자들의 밥 먹는 시간을 감시하며 보고하도록 했으며, 청소 검열을 새로 시행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볼펜과 메모지를 지참하지 않으면 근무 평가 점수를 1점씩 감점하겠다”며 모욕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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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노동자가 본 시험지 들어보이는 조합원
청소 노동자가 본 시험지 들어보이는 조합원 7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청소 노동자가 본 시험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1.7.7 연합뉴스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게 하거나 기숙사 첫 개관연도 등을 묻는 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점수를 공개한 일도 있었다고 노조는 전했다.

노조는 고인이 근무하던 925동 여학생 기숙사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등 건물이 노후화되고 규모도 커 특히 업무 강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고인의 남편이자 서울대 기계정비 노동자로 근무하는 이모 씨는 “아내가 하늘나라로 간 지 10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말하는 도중 눈물을 보인 이씨는 “아내를, 엄마를 이 땅에서 다시는 볼 수 없지만 제 아내의 동료들이 이런 기막힌 환경에서 일을 해야 한다면, 출근하는 가족의 뒷모습이 마지막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학교는 근로자들의 건강을 챙기고 노사 협력으로 대우받는 직장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박문순 노조 서울본부 법규정책국장은 “고인의 사인은 급성심근경색 파열”이라면서 “직장 내 갑질로 인한 스트레스가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유족과 함께 산업재해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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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 서울대 총장 규탄 기자회견’
‘오세정 서울대 총장 규탄 기자회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및 유족 등은 7일 낮 12시쯤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청소노동자 A씨 사망과 관련해 오세정 서울대 총장을 규탄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021.07.07 연합뉴스
노조는 “직장 내 갑질을 자행하는 관리자들을 묵인하고 비호하는 학교는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오세정 총장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노조는 공동 산재 조사단 구성과 안전관리 팀장 파면 등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 관계자는 “노조의 요구와 관련된 논의를 할 것”이라며 “시험 출제 등은 직무 교육으로 볼 수도 있지만 불필요하다고 판단돼 앞으로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소노동자 A씨는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낮 동안 휴식하다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평소 지병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타살을 당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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