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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간첩 활동 방조’ 49년 만에 누명 벗은 70대

‘남편 간첩 활동 방조’ 49년 만에 누명 벗은 70대

한상봉 기자
한상봉 기자
입력 2021-07-05 22:16
업데이트 2021-07-06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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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 뒤 돌아온 남편, 공작원 혐의 옥살이
아내도 北 돈·지령 받았다며 징역 4년형
재심서 모두 무죄… “공작금인지 몰라”

납북 어부 출신인 남편의 간첩 활동을 방조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70대 여성이 49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 호성호)는 1972년 간첩방조와 반공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을 선고받은 A(76·여)씨에게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반공법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A씨와 함께 기소돼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A씨의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1971년 10월 경기도 자택에서 “남편에게 전달해 달라”는 한 북한 공작원의 부탁에 따라 공작금 20만원과 함께 지령 문건이 담긴 봉투를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의 시부모도 당시 은신처를 제공해 아들의 간첩 활동을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남편인 B씨는 어부로 1968년 서해에서 조업 중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북됐다가 같은 해 12월 남한으로 되돌아온 뒤, ‘북한에 있을 때 노동당에 입당해 충성을 맹세했고 공작원으로 투입됐다’는 내용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1972년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는 징역 15년으로 감형됐다.

그러나 출소 후인 2015년 7월 “과거 수사 과정에서 가혹 행위를 당해 허위 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해 올해 5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무죄 판결문을 직접 받아보지 못한 채 2년 전 숨졌다. A씨는 남편과 별도로 2015년 인천지법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항고한 끝에 2019년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아냈다. A씨 시부모는 이미 사망한 뒤여서 아들인 B씨가 살아있을 때 대신 재심을 청구했고 같은 결정을 받았다.

A씨는 재심에서 “남편과 함께 배를 탔다는 사람으로부터 당시 20만원과 편지 1통을 건네받은 사실은 있지만, 그 사람이 북한 공작원인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또 “수사 당시 경찰관의 물음에 ‘잘 모른다’고 했는데 경찰관이 말을 잘 들어주면 보내주겠다’고 해서 하라는 대로 했다”고 진술했다.

재심 재판부는 “피고인들과 B씨는 당시 경찰관들에 의해 영장 없이 불법으로 체포된 이후 감금됐고 압박감 속에 자백했다”며 “검사가 이를 해소할 만한 증명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북한 공작원인 줄 알고도 돈을 받았다고는 볼 수 없다”며 “당시의 금품수수를 국가의 존립이나 안전을 위태롭게 할 위험한 행위로도 보기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2021-07-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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