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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80% “성희롱·폭행 경험”… 방어했더니 학대 신고

요양보호사 80% “성희롱·폭행 경험”… 방어했더니 학대 신고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입력 2021-03-25 22:42
업데이트 2021-03-26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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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사 10.5% ‘싫으면 나가라’ 말 듣기도
코로나 백신 맞고 후유증 겪으면서 출근
노조, 위험수당 지급 등 처우 개선 요구

“어르신이 제 목을 잡고 흔들어서 제지하다가 어르신 팔목에 작은 멍이 생겼어요. 다음날 팀장은 제 목의 상처를 보고도 제가 학대한 것이라고 몰아갔어요.”(요양 보호사 A씨)

“어르신들로부터 욕설을 듣는 것은 당연하고, 식판 등에 맞아 멍이 드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일하다 저희가 입은 상해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게 너무 비참해요.”(요양 보호사 B씨)

전국 요양 보호사 대다수는 중장년층 여성이다. 요양 보호 대상인 어르신들은 고령인 경우가 많아 업무의 ‘난도’가 높기 마련이다. 돌봄 노동을 하다가 맞거나 물리고, 심지어 성희롱까지 당하기도 하지만 일단 참아야 한다. 어르신들을 밀어내는 등 방어 행위를 하면 ‘노인학대’로 신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전국 요양 보호사 54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어르신에게 물리거나 맞는 등 육체적 상해를 입거나 성희롱·폭언 등 정신적 상해를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81.3%에 달했다. 보호자로부터 욕설(20.0%)이나 성희롱(10.9%)을 겪는 사례도 많았다.

그러나 업무 중 상해를 입어도 기관으로부터 유급휴가를 받고 치료를 한 경우는 11.5%에 불과했다. 24.8%의 요양 보호사들은 ‘참으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9.2%의 보호사는 방어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노인학대에 해당한다’는 협박도 받았다. 10.5%의 보호사들에게는 ‘싫으면 나가라’는 답이 돌아오기도 했다. 결국 요양 보호사 10명 중 9명은 알아서 치료하거나 아파도 참고 일하는 처지다. 요양시설은 코로나19 집단감염 위험이 높기 때문에 ‘필수노동자’인 요양 보호사들은 매주 쉬는 날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자가격리도 해야 했다. 절반 정도의 노동자들은 백신을 맞은 뒤 후유증을 겪으면서도 쉬지 못한 채 출근해야 했다.

결국 이날 하루 전국 요양 보호사들은 일손을 놓았다. 노조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사태에 요양 보호사들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와 노인학대라는 신고, 가중되는 노동과 온갖 갑질”이라며 “정부는 고용 보장, 상시적 위험수당 월 10만원 지급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21-03-2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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