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체·고객 ‘이중 갑질’ 시달리는 청소년·청년 플랫폼 노동자
만 15~34세 47.2% “부당한 처우 경험”음식 배달·프리랜서 등 앱 매개로 노동
폭언·폭행에 인격 무시 겪는 경우 많아
“불이익 우려” “방법 몰라” 대부분 참아
#2. ‘이 못생긴 애가 배달 온다.ㅋㅋㅋ’ 배달원 B(27)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배달원의 사진과 ‘얼평’(얼굴평가)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일부 배달앱은 배달원의 위치 외에 얼굴 사진까지 고객에게 공개하는데 이를 보고 몇몇 고객들이 조롱글을 올린 것이다. B씨는 “얼굴 사진 등 개인정보를 제공하기 싫었지만 일을 하려면 싫어도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청소년·청년 플랫폼 종사자 10명 중 4명은 수당 미지급, 폭언·폭행·인격무시, 무료 추가 업무 강요 등 부당한 처우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퀵서비스, 음식배달, 택배배송·화물운송, 승객운송·대리운전, IT개발자·웹디자인 등 전문 프리랜서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청소년(만 15~24세)과 청년(만 25~34세) 528명의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47.2%가 부당한 처우를 한 번 이상 경험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부당한 처우 중에서도 폭언이나 폭행, 인격무시를 겪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빈번하게 당하는 일은 ‘고객으로부터 폭언·폭행·인격무시’(29.5%)였다. 그다음은 ‘플랫폼 운영 또는 중개업체의 관계자로부터 폭언·폭행·인격무시’(21.8%)가 뒤를 이었다.
청소년의 경우 어리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일을 떠맡기도 했다. 실제 청소년 배달원들은 남들이 맡기 싫어하는 이른바 ‘똥콜’은 10대 몫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배달원 B(19)군은 배달대행업체 팀장이 낮은 수수료나 진상고객 콜을 맡기려 할 때 “쉬는 사람들도 많은데 왜 내가 가야 하냐”고 묻자 “네가 제일 어리잖아”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부당한 처우를 당한 종사자들의 절반가량은 대응하지 않고 참는다고 응답했다. ▲방법을 몰라서 ▲불이익이 두려워서 ▲대응하고 싶지 않아서 등 참아버린 이유는 다양했다.
반대로 부당한 처우에 대응을 해 봤던 종사자들은 ‘행정기관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노동청, 고용센터 등 노동자의 권익 침해 문제를 전담하는 전문 행정기관에 도움을 의뢰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한 경우는 28.1%에 불과했다. 오히려 직접 고객이나 업체를 상대로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고 답한 경우(67.4%)가 많았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청소년·청년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하고, 노동 분쟁에 대한 민원이 접수됐을 때 다양한 행정 조처를 통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2021-03-15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