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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생]‘분리배출 가능‘, ‘친환경’이라는 거짓말

[취중생]‘분리배출 가능‘, ‘친환경’이라는 거짓말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입력 2021-02-27 10:08
업데이트 2021-02-2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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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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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어택 시민행동’ 활동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LG생활건강 본사 앞에서 재활용이 어려운 화장품 용기들을 상자에 쏟아붓고 있다. 연합뉴스
‘화장품 어택 시민행동’ 활동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LG생활건강 본사 앞에서 재활용이 어려운 화장품 용기들을 상자에 쏟아붓고 있다.
연합뉴스
‘분리배출’ 표시가 붙었지만 사실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포장재가 많습니다. 플라스틱 용기에 금속 스프링이 달려 분리하기 어렵거나, 여러가지 플라스틱을 섞어서 만들어진 경우가 그렇습니다. 색깔이 들어간 플라스틱이나 코팅된 종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평가 제도’로 재활용 용이성을 평가해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등급을 표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화장품은 예외가 됐습니다. 환경부가 2023년까지 포장재 회수율이 15%, 2025년까지 30%, 2030년까지 70%를 충족할 수 있다도 인정하면 등급 표시를 안 해도 된다고 행정예고를 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화장품 용기의 90% 이상은 재활용이 어렵다고 분류됩니다.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각종 색깔이 들어간 데다가 유리, 플라스틱, 금속 등 다양한 소재를 혼합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입구도 좁아 깨끗하게 세척하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지난 5~21일 약 2주 동안 전국 86개 상점에서 시민들은 370㎏에 달하는 8000여개 빈 샴푸, 린스, 스킨, 로션 등 화장품 용기를 모았습니다. 화장품 기업들이 “재활용이 되지 않은 예쁜 쓰레기를 책임지라”는 의미에서입니다. 다음달까지도 ‘화장품 어택’은 계속될 예정입니다. 녹색연합, 알맹상점 등으로 구성된 ‘화장품 어택 시민행동’은 화장품 업계가 재활용이 용이한 재출로 용기를 바꾸고, 작은 제품들은 기업이 회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화장품을 판매하는 대형마트, H&B 스토어 등에서도 용기를 회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환경부에는 화장품을 ‘적용예외’로 취급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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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광주 북구의 재활용품 선별장에서 추석 연휴 기간 쏟아져 나온 일회용품을 처리하고 있다. 2020.10.5  연합뉴스
5일 오전 광주 북구의 재활용품 선별장에서 추석 연휴 기간 쏟아져 나온 일회용품을 처리하고 있다. 2020.10.5
연합뉴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친환경’이라고 생각하는 ‘생분해 플라스틱’도 사실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특정한 온도나 습도 등 일정한 환경에서 미생물에 의해 생분해되는 플라스틱을 말합니다. 비닐통부, 랩, 식품용기까지 다양한 제품·포장재에 쓰입니다. 2015년 생분해성 수지 제품으로 인증받은 제품은 119개였지만 2020년 9월 말 기준으로 516개까지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하는 생분해 플라스틱은 대부분 소각된다고 환경단체는 지적합니다. 종량제 봉투의 약 52%가 소각처리 되기 때문입니다. 재활용 쓰레기로 착각해 분리배출하면 선별 작업을 할 때 혼란스럽다고도 합니다. 분해가 되어도 미세한 조각이나 독성 잔류물이 남을 수 있어 퇴비화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자연에서 분해된다는 생각에 1회용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녹색연합은 ‘플라스틱 이슈리포트’에서 이렇게 지적합니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 환경을 지키는 것은 불필요한 제품이나 포장을 하지 않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사용해야 한다면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는 생산·차용·처리 과정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해야 합니다. ‘그린’으로 포장한 기업과 정부 모두 책임이 있습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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