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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대생 AI ‘이루다’가 학습한 카톡, 개인정보 제공 동의 안 받았다

[단독] 여대생 AI ‘이루다’가 학습한 카톡, 개인정보 제공 동의 안 받았다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1-01-11 15:27
업데이트 2021-01-1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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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여대생 인공지능 이루다에게 주소를 묻자 이루다가 집주소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루다는 연애의 과학이라는 어플을 통해 수집한 이용자들이 연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100억건을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했다.  이용자 제공
스무살 여대생 인공지능 이루다에게 주소를 묻자 이루다가 집주소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루다는 연애의 과학이라는 어플을 통해 수집한 이용자들이 연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100억건을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했다.
이용자 제공
혐오 표현 학습으로 논란이 된 여대생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가 학습한 100억건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이름, 집주소 등 개인정보를 불특정다수에게 동의 없이 노출했다는 의혹이 드러나면서 이용자들은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이루다의 개발사인 스캐터랩은 11일 ‘연애의과학’ 사용자들에게 “개인정보취급방침의 범위 내에서 활용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루다의 학습에 ‘연애의 과학’ 데이터를 활용한 것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고지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연애의과학은 사용자들이 제공한 연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토대로 연인과의 친밀도를 알아보는 심리 테스트 등을 제공하는 앱이다. 스캐터랩이 고지한 개인정보취급방침에는 ‘이용자가 동의한 정보를 활용하여 이용자가 주고 받은 메시지 텍스트 파일을 통한 분석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수집된 개인정보는 신규 서비스 개발에 활용한다’고 나와있다.
서울신문 최영권 기자가 연애의 과학 어플리케이션에서 연애 심리 테스트를 받기 위해 카톡 대화를 보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이용 동의를 받지 않았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서울신문 최영권 기자가 연애의 과학 어플리케이션에서 연애 심리 테스트를 받기 위해 카톡 대화를 보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이용 동의를 받지 않았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연애의과학은 사용자들이 약 5000원 정도를 내고 연인과 나눈 실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제공하면 이를 바탕으로 연인과의 친밀도를 분석해 제공한다.

서울신문이 11일 직접 해당 앱을 이용해보니 카카오톡 대화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AI 서비스 개발 등에 활용하겠다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없어 위법성이 다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개인정보취급방침을 고지한 것과는 상관없이 만약 사용자가 카카오톡 대화를 제공할 때 수집·이용 등의 목적등을 알리고 동의를 받는 절차가 없었다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와 금융기관 등에서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경우 통상적으로 팝업창을 띄워 동의를 받지만 연애의과학 앱에서 해당 심리테스트를 이용할 때는 팝업창이 뜨는 등의 동의 절차가 없었다.
이루다에 대학교 동아리 이름을 검색했는데 동아리에 가입한 멤버 이름과 학과를 얘기했다는 캡쳐.
이루다에 대학교 동아리 이름을 검색했는데 동아리에 가입한 멤버 이름과 학과를 얘기했다는 캡쳐.
‘연애의과학’ 이용자들은 “카톡 대화를 제공한 건 심리테스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였지 AI개발에 동의한 건 아니다”라며 증거 자료를 모으고 있다.

스캐터랩은 사과문에서 “알고리즘으로 비실명화 처리된 정보를 AI에 주입했으므로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오픈카톡에서 모은 캡쳐사진을 보면 이루다는 특정 개인의 이름과 주소와 계좌 정보, 다니고 있는 직장의 이름과 위치, 심지어는 연인이 갔던 모텔의 이름, 다녔던 병원 간호사의 생김새까지 말했다.
여대생 인공지능 이루다가 같은 개발사 스캐터랩이 제작한 연애의 과학을 통해 수집한 집주소를 말하고 있다.  이용자 제공
여대생 인공지능 이루다가 같은 개발사 스캐터랩이 제작한 연애의 과학을 통해 수집한 집주소를 말하고 있다.
이용자 제공
정성용 법률사무소 의담 변호사는 “여러 내용을 결합했을 때 특정인으로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말하는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며 “만약 연애의 과학에서 수집된 정보가 특정인으로 쉽게 식별이 가능하다면 이러한 정보를 제3자에게 유출한 행위는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법률 스타트업 ‘화난 사람들’의 대표인 최초롱 변호사는 “예금주명이 포함된 계좌 번호, 특정인의 집 주소가 이루다와의 대화에서 유출됐다면 제3자에게 동의 없이 제공한 행위가 될 수 있다”며 “먼저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캡쳐 사진 진위 여부를 포함해 개인정보권 침해를 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현준 한국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보호본부장은 “이루다 관련 사안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함께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법령을 위반했다면 개인정보보호 법규 위반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에 따라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고, 중대한 위반의 경우 경찰 등 수사기관에 형사고발이 가능하다.

한국인공지능윤리협회는 “개인 대화를 동의 없이 빅데이터 학습에 활용한 건 문제”라며 “이루다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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