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女 자기결정권 회복 못해… 처벌조항 다 삭제해야” 반발

여성계 “女 자기결정권 회복 못해… 처벌조항 다 삭제해야” 반발

김헌주 기자
입력 2020-10-06 22:14
수정 2020-10-0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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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임신 14주 낙태 허용 입법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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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7일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1년 6개월 만이다. 낙태죄 완전 폐지를 요구해 온 여성계는 즉각 반발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7일 낙태죄와 관련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각각 입법예고한다. 지난해 4월 헌재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낙태죄 처벌 조항은 위헌”이라며 올해 말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한 데 따른 조치다.

개정안에는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여성의 임신 중단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다. 현행대로 낙태죄는 유지되지만 ‘임신주수’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지는 게 핵심이다. 임신 중기인 24주까지는 성범죄에 따른 임신이나 생계 불안정 등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 낙태가 가능하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여성이 보건소 등 지정 기관에서 상담을 받은 뒤 숙려 기간을 거치면 임신 중단을 허용하는 조항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임신이 여성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낙태를 허용하는 모자보건법도 형법 개정에 맞춰 바뀐다.

하지만 개정안은 지난 8월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낙태죄 비범죄화’를 권고한 것과 배치된다. 여성계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1953년 낙태죄 처벌 조항 제정 때와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여성단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의 문설희 공동집행위원장은 “낙태죄를 존치하는 정부 입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임신주수에 따라 새로운 세분화된 처벌 기준을 만드는 후퇴적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여성단체들은 개정안이 정식 공개되면 성명서를 내고 8일 공동 기자회견도 연다. 정의당도 브리핑을 통해 “입법예고를 당장 철회하라”고 밝혔다. 정부가 사실상 낙태죄 처벌 조항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온전히 회복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개정안은 40일간의 입법예고 후에 국회 논의 과정도 거치기 때문에 법 개정 시한인 올해 말이 돼야 낙태죄 처벌 조항의 최종 ‘운명’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엘림(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양성평등정책위원장은 “입법예고는 국민 의견을 듣는 절차”라면서 “위원회의 낙태죄 비범죄화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2020-10-0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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