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광주교도소 유골 40구는 왜 유골함 위에 묻혀 있었나…의문 커져

옛 광주교도소 유골 40구는 왜 유골함 위에 묻혀 있었나…의문 커져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19-12-22 14:04
업데이트 2019-12-2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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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광주교도소 의문의 유골에서 구멍 뚫린 머리뼈
옛 광주교도소 의문의 유골에서 구멍 뚫린 머리뼈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묘지에서 40여기의 신원미상 유골을 발견한 법무부는 5·18 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와 관련성을 파악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검경, 군 유해발굴단 등으로 이뤄진 합동조사반의 육안 검시 결과 구멍이 뚫린 머리뼈도 일부 발견됐다. 옛 광주교도소는 5·18 당시 사라진 사람들이 계엄군에게 죽임을 당해 암매장된 장소라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옛 교도소에서 발굴된 유골 가운데 구멍이 뚫린 머리뼈 모습. 2019.12.22
5·18기념재단 제공
합동감식반 “5·18 연관성 속단하기 일러”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공동묘지에서 발견된 신원 미상의 유골 40여구가 5·18 희생자와 관련된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발굴된 유골들이 기존 무연고자 유골함 구조물 위에 비정상적으로 매장돼 있어 의문이 커지고 있다.

22일 합동감식반과 5·18 단체 관계자 등에 따르면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공동묘지 합장묘 1기에서 80여구의 유골이 발견됐다.

40여구는 땅 속에 매장된 박스형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서, 나머지 40여구는 콘크리트 구조물 위를 덮고 있던 봉분 흙더미 속에서 발견됐다.

41구의 유골이 안치된 것으로 광주교도소에 기록된 합장묘에서 신원 미상의 유골 40여구가 추가로 발견된 셈이다.

일부 5·18단체 관계자들은 5·18 당시 행방불명된 사람들의 유골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머리에 구멍이 있거나, 크기가 유달리 작은 두개골이 나온 것으로 알려진 흙더미 속 유골 40여구의 정체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 동안 옛 광주교도소는 5·18 희생자를 암매장한 장소로 지목돼 왔다. 이 때문에 유골함 위에 또 다른 유골이 흙더미 속에 매장된 것은 비정상적이라는 것이 매장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해당 유골들은 봉분에서 깊지 않은 곳에 흩어진 형태로 매장돼 있었다는 점, 묘지가 교도소 안쪽에 있어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장소라는 점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그러나 검경, 군, 의문사조사위 등으로 이뤄진 합동감식반 관계자는 유골의 상태와 매장 형태 등을 고려했을 때 5·18과의 연관성을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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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광주교도소에서 유골 검시하는 합동조사단
옛 광주교도소에서 유골 검시하는 합동조사단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에서 20일 검경, 군 유해발굴단, 의문사조사위원회 등으로 이뤄진 합동조사반이 옛 교도소 무연고자 공동묘지에서 발굴한 유골을 검시하고 있다. 합동조사반은 해당 유골과 5·18 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의 관련성을 조사하고 있다. 2019.12.21
5·18기념재단 제공
우선 봉분의 크기와 유골이 매장된 형태를 보면 시신 상태에서 묻어 유골이 됐다기보다 유골 자체를 묻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합동감식반의 판단이다.

또 흙더미에 묻혀 있던 유골의 상태가 1975년 조성돼 같은 조건으로 묻혀 있던 다른 유골보다 부식이 심한 상태로 발견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1975년 이전에 사망한 사람들의 유골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구멍이 뚫렸거나 크기가 작은 두개골이 발견된 것 역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1971년 북구 문흥동으로 이전하기 전인 동구 ‘동명동 옛 광주교도소’ 당시 수감 중 숨진 4.3사건 희생자의 유골일 가능성이 나온다.

합동감식반 관계자는 “두개골에서 발견된 구멍은 총상 등 외상의 흔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형태”라며 “오랜 세월로 인해 부서진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은 크기의 두개골에 대해서도 “두개골 크기만으로 성인과 아동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합동감식반은 유전자 검사 등 정밀 감식을 위해 발견된 유골 80여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냈다.

국과수는 오는 23일 합동조사반, 5·18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감식 기법과 참관 대상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경찰은 과거 기록이 전산화되기 전 서류상 누락된 무연고 사망자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과거 사망자 현황 등을 재조사할 것을 광주교도소 측에 요청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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