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강화해도 소용無…되레 늘어난 ‘경찰 음주운전’

징계 강화해도 소용無…되레 늘어난 ‘경찰 음주운전’

손지민 기자
입력 2019-10-04 16:29
업데이트 2019-10-0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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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제2 윤창호법’ 시행 100일

경찰 음주운전 징계 강화에도 글쎄
경찰이 음주운전 징계 수준을 강화했음에도 현직 경찰의 음주운전 행렬을 막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주체인 만큼 이에 대한 개선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일은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도로교통법 개정안, 일명 ‘제2 윤창호법’ 시행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제2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의 혈중알콜농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제2 윤창호법’에 따르면 운전면허의 면허정지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면허취소 기준은 0.10% 이상에서 0.08% 이상으로 강화된다. 지난해 12월 7일 국회를 통과해 올해 6월 25일부터 시행됐다.

앞서 시행된 ‘제1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의 처벌 수위를 높였다. 지난해 12월 18일 시행된 ‘제1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현행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법정형을 강화했다.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도 기존보다 형량이 늘었다.

경찰은 이에 발맞춰 지난 5월 현직 경찰에 대한 음주운전 징계 수준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경찰이 처음으로 음주운전에 적발되면 혈중알콜농도 0.1% 미만인 경우 견책 징계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음주운전으로 1회 적발되더라도 혈줄알콩농도가 0.08% 미만인 경우 감봉에서 정직 사이의 처분을 받는다. 또한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일으킨 경우 파면 또는 해임될 수 있다.

●‘윤창호법’ 아랑곳 안 하는 경찰

징계가 강화됐음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경찰은 오히려 늘었다. 올해 1~8월 기준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은 경찰은 총 41명이다. 이 가운데 10명은 경찰의 징계가 강화된 이후인 7~8월에 징계를 받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2019년 경찰관 음주운전 적발현황’에 따르면 7월 한 달 동안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경찰은 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명이었던 것에 비해 늘어났다.

징계 수위는 ‘정직’이 제일 많았다. 정직은 중징계에 속하지만 혈중알콜농도 0.08% 이상인 경우 최소 수준의 징계에 당한다. 올해 음주운전에 적발된 경찰 총 41명 가운데 1~3개월 사이의 정직 처분이 23명으로 가장 많았고, 강등은 6명, 해임은 1명이었다. 나머지는 현재 징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윤창호법’ 시행 이후로도 경찰의 음주운전은 이어졌다. 지난달 인천서부경찰서 소속 경사가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 알코올농도 0.08%가 넘는 상태로 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7월에는 경북 문경에서 만취한 경찰이 동료 경찰들을 태우고 음주운전을 벌이다 도로명 표지판을 들이받았다. 윤창호법이 시행된 첫 달인 지난해 12월 말에는 태백경찰서 간부가 혈중알콜농도 0.08% 상태로 8㎞ 가까운 거리를 운전하다 사고를 내 형사 입건되는 일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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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음주 측정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한 ‘제2의 윤창호법’ 시행 하루를 앞둔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출입구에서 경찰관들이 출근길 직원들을 대상으로 음주 측정을 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숙취 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출근길 음주단속을 전체 경찰관서에서 28일까지 실시한다. 연합뉴스
출근길 음주 측정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한 ‘제2의 윤창호법’ 시행 하루를 앞둔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출입구에서 경찰관들이 출근길 직원들을 대상으로 음주 측정을 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숙취 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출근길 음주단속을 전체 경찰관서에서 28일까지 실시한다.
연합뉴스
●음주운전 잡는 경찰이 음주운전…매년 증가 추세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은 경찰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은 경찰은 총 349명이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5년 65명, 2016년 69명, 2017년 86명, 지난해 88명으로 해마다 조금씩 증가했다.

음주운전이 적발될 위기에 빠지자 달아난 경찰도 있다.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달아나다 적발된 경찰관은 25명, 음주측정을 거부한 경찰관도 21명이었다. 음주운전 단속을 담당하는 교통과 소속 경찰 17명도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징계 인원 가운데 10명이 최고 수준 징계인 파면 처분됐으며 해임은 67명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강등 82명, 정직 189명, 감봉 1명이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음주운전 처벌 강화 대책과 더불어 ‘술을 마시면 언제든 걸릴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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