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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뒤 자살시도 3번’…광주 실종전담팀, 여고생 극적으로 구조

‘가출 뒤 자살시도 3번’…광주 실종전담팀, 여고생 극적으로 구조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18-01-07 14:58
업데이트 2018-01-0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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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가출 뒤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던 여고생을 극적으로 구조했다.

‘어금니 아빠 사건’ 이후 실종 사건이 더 큰 희생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국 광역시 단위에서 최초로 실종수사전담팀을 발족한 광주 경찰의 성과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광주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실종수사전담팀은 지난 1일 가출 후 자살 시도한 여고생을 대구 경찰과 공조수사로 찾아내 가족 품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고교 2학년인 A(17)양은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11시 30분쯤 수업이 일찍 끝났지만 집에 오지 않았다. A양 어머니는 2시간 동안 애타게 딸을 기다리다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냈다.

보통 이러한 상황은 흔하디 흔한 청소년 가출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A양의 집을 찾은 경찰은 책상 아래에서 번개탄을 발견했고, 컴퓨터에서는 ‘자살 사이트’, ‘자살 방법’ 등을 검색한 흔적을 찾아냈다.

책상 구석에선 ‘엄마 미안…’이라고 적은 쪽지까지 나왔다.

A양은 활달한 성격으로 공부도 곧잘 하는 모범생이었지만 최근 성적 고민이 깊어지면서 방에서도 잘 나오지 않는 등 우울해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친구들 역시 A양이 “죽고 싶다”고 자주 말했고 “내가 죽으면 책상에 국화꽃 한 송이 올려달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종팀은 자살 의심 사건으로 간주하고 급히 수색에 나섰다. A양의 동선으로 추정되는 곳의 CCTV를 뒤지고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했다.

A양의 행적이 대구 달서구로 나오자 실종팀은 대구 달서경찰서에 공조수사를 요청, 주변을 수색하도록 했다.

그러나 A양의 휴대전화는 이미 꺼진 상태였다. 대구 경찰이 마지막 통신 위치 주변의 숙박업소를 샅샅이 뒤졌지만 A양을 발견하지 못했다. A양의 안전이 심각하게 우려되자 광주 경찰과 대구 경찰 모두 다급해졌다.

경찰은 결국 이 사건을 정식 수사 사건으로 급히 전환했다. 긴급통화내용을 발부받기 위해서는 수사 전환 절차를 밟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실종사건에서 다소 이례적인 일이었다.

1일 오후 3시쯤 A양이 대구에 도착한 후 마지막으로 통화한 인물의 거주지 주소까지 밝혀낸 광주 경찰은 대구 경찰에 새로 찾은 단서로 다시 수색을 요청했다.

20여분이 지난 오후 3시 30분쯤 애타는 마음으로 수색 결과를 기다리던 광주 경찰 실종팀 사무실의 전화가 울렸다.

“찾았습니다!”

다행히 A양은 무사했다.

A양은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해 대구에 사는 20대 남녀와 연락을 주고받은 뒤 대구로 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2월 29일 대구로 찾아간 첫날 A양은 20대 남녀와 첫 번째 자살 시도를 했으나 실패했다. 이들은 방법을 바꿔 두 번째 시도를 했으나 천만다행으로 또 실패했다.

A양은 이들과 함께 또 세 번째 계획을 세우다 경찰에게 극적으로 구조돼 어머니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A양은 “나만 없어지면 주변 사람들도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었다”면서 후회했다. 또 “대구에 간 뒤 이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동반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분위기에 휩쓸려갔다”며 아찔했던 상황을 털어놓았다.

광주 경찰은 광역시 단위에서 처음으로 출범시킨 실종수사전담팀이 2개월 만에 성과를 내자 이 같은 내용을 경찰 내부 전산망에 올려 전국 경찰에 공유했다.

북부경찰서 실종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주야간 업무 교대 때문에 한번도 한 자리에 모인 적 없는 팀원 6명이 모두 모여 한마음으로 수사했다”면서 “새해에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하게 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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