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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국민연금 30년] ② ‘용돈연금’ 벗어나 국가지급 보장돼야

[2018 국민연금 30년] ② ‘용돈연금’ 벗어나 국가지급 보장돼야

강경민 기자
입력 2017-12-28 09:32
업데이트 2017-12-2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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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군인·사학연금처럼 ‘국가지급보장’이 신뢰회복 관건

국민연금은 ‘전 국민을 위한 안정적인 노후소득원’을 지향한다.

하지만 출범한 지 30년이 흘렀지만, 현실의 모습은 이런 목표와는 아직은 거리가 멀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했거나 가입했지만, 생활고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이 많다.

연금수령액도 아직 충분히 연금제도가 무르익지 않은 탓에 최소한의 노후생활을 하기에도 힘겨울 정도로 적어 소득안전망으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지급보장을 못 받는 데다 기금고갈론으로 그러잖아도 국민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해 재벌의 경영권 승계에 국민 쌈짓돈을 동원했다는 원죄마저 떠안게 된 점은 국민연금이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다.

◇ 소득대체율 떨어져 ‘용돈연금’ 조롱받고 사각지대도 광범위

국민연금은 전 국민의 노후소득보장장치를 내세우지만, 연금 사각지대가 여전히 광범위해 실질적으로 노후에 연금혜택을 보지 못하거나 못할 우려가 큰 국민이 많다.

적용 대상 확대조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적용제외나 납부예외, 보험료 체납 등으로 노후빈곤의 위험에 처해있다.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 가입자와 제도 내 사각지대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 5월 현재 전체 가입자 2천174만5천719명 중에서 실직 등으로 당분간 보험료를 내지 못한다고 신청한 납부예외자는 393만5천133명이고, 13개월 이상 장기체납자는 102만8천978명에 이른다.

전체 가입자의 22.8%(496만4천111명)가 보험료를 내지 않아 노후에 국민연금의 혜택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말이다.

연금수급자의 수령액도 노후 가난을 탈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연금제도가 시행된 지 30년에 머물러 장기 가입해 연금을 타는 수급자가 적은 데다, 두 차례에 걸친 제도개편으로 소득대체율(연금지급률)이 현저히 낮아진 탓이 크다.

실제로 올해 4월 현재 기준 국민연금 전체 수급자의 연금액은 월평균 35만6천110원에 불과하다. 20년 이상 가입자의 연금액도 월평균 89만3천50원에 그친다.

국민연금연구원이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를 통해 산출한 올해 개인 기준 최소 월 노후생활비 104만원보다 훨씬 모자란다.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이란 조롱을 듣는 이유다.

문제는 시간이 흘러도 상황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월 218만원의 봉급쟁이가 올해 새로 국민연금에 가입해 20년간 보험료를 내더라도 연금수령연령에 도달했을 때 겨우 월 45만원밖에 못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연금공단이 최고 소득자로 분류한 월 434만원의 가입자가 20년 가입하더라도 월 68만원을, 30년 가입하면 월 100만원을 수령할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적정 소득 보장이라는 국민연금의 도입 취지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이처럼 국민연금만으로 노후를 대비하지 못할 만큼 연금액이 적은 것은 소득대체율이 계속 낮아졌기 때문이다.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 소득월액(A값)과 대비한 국민연금 수령액의 비중을 말한다.

이를테면 소득대체율 50%는 국민연금 가입기간(40년 기준) 월 평균소득이 100만원이라면 월 50만원을 연금으로 받는다는 뜻이다.

명목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 기간을 기준으로 1988년 국민연금제도 시행 때는 70%였다. 하지만 기금고갈 등 재정 불안론이 퍼지면서 1998년 60%로 낮아진 데 이어 2008년 50%로 떨어지고, 이후 매년 0.5%포인트씩 인하돼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40%까지 하락한다.

평균 100만원을 벌던 국민연금 가입자가 40년 동안 꼬박 보험료를 냈다면, 애초 연금 수급연령인 65세부터 월평균 70만원을 받기로 했던 게 60만원에서 다시 40만원으로 낮아진 것이다.

2017년 현재 명목소득대체율은 45.5%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연금 신규수급자의 평균 가입 기간은 약 17년에 불과하고, 실질소득대체율은 약 24%에 머물렀다. 실질소득대체율 24%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52만3천원(2017년 A값 218만원×24% = 52만3천원)에 그친다.

◇ 소득보장강화와 국가지급보장이 신뢰회복 관건

국민연금이 공적연금제도로서 국민신뢰를 얻으려면 무엇보다 적정 소득보장수준을 확보하고, 국가로부터 지급보장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재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다른 직역연금은 관련 법률로 국가지급을 보장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급여 지급에 대한 국가 책임이 법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 관련법 개정안들이 잇달아 발의돼 통과될지 주목된다.

먼저 소득대체율과 관련해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9월에 소득대체율을 50% 상향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계류 중이다.

정 의원은 매년 낮아지는 소득대체율을 멈추고 2018년 45%에서 해마다 0.5%포인트씩 올려서 2028년부터는 50%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게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와는 별도로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확정한 중장기 경영목표(2018∼2022년)를 통해 보험료를 매기는 기준인 기준소득월액 상한액을 올리는 쪽으로 개선해 가입자가 실제 소득에 맞는 보험료를 내되 나중에 더 많은 연금을 받도록 해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지급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문제를 두고서는 기금고갈에 대한 국민 불안과 불신을 해결하는 방편으로 그간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지만 실현되지는 못했다.

2006년 5월 참여정부 시절 당시 유시민 복지부 장관이 연금지급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이후 2012년 7월 친박계(친박근혜) 핵심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 주도로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이 법제화에 나섰지만,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 남인순·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월에 “국민연금의 안정적, 지속적 지급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해 공론화의 불씨를 살렸다.

이에 따라 내년에 본격 논의될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서도 소득대체율을 올리고, 국가지급보장을 법제화하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의 재정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노후소득보장 강화, 지속가능성 등에 대한 많은 논의를 통해 국민을 위한 제도 개혁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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