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아닌 한 동네 주민으로 순찰 봉사해요”

“이방인 아닌 한 동네 주민으로 순찰 봉사해요”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7-03-05 22:16
업데이트 2017-03-05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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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부署 외국인 치안봉사단

순태아씨 등 이주여성 17명 외국인 범죄 예방·취약지 살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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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부경찰서 외국인 치안봉사단에서 활동하는 결혼 이주여성 바트 순태아(오른쪽)와 이미연(개명)씨가 지난 3일 경찰서 민원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서울 서부경찰서 외국인 치안봉사단에서 활동하는 결혼 이주여성 바트 순태아(오른쪽)와 이미연(개명)씨가 지난 3일 경찰서 민원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치안 사각지대의 순찰 자원봉사에 어느 나라 출신인지가 중요한가요. 우리가 사는 동네가 안전해지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서 시작한 일입니다.”

지난 3일 서울 서부경찰서에서 만난 결혼 이주여성 바트 순태아(29)는 유창한 한국말로 순찰 봉사를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2006년 결혼하면서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왔고, 지난해 7월부터 이 경찰서에서 운영하는 외국인 치안봉사단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에 온 뒤 의료 봉사활동에서 통역을 맡으면서 봉사를 시작했는데 요즘에는 경찰과 같은 공공기관에서 캄보디아인과 통역이 필요할 때도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임금 체불이나 폭행 등의 사건에 연루된 외국인들이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지 못해 곤경에 처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들을 도와 오해를 풀고 부당한 대우에 대처하는 법을 알려주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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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봉사단원들이 순찰을 나가기 전 경찰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서울 서부경찰서 제공
치안봉사단원들이 순찰을 나가기 전 경찰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서울 서부경찰서 제공
서부경찰서는 외국인을 상대로 운전면허 교육을 시작했다가 보이스피싱, 가정폭력, 성폭력 등 각종 범죄에 대처하는 방법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지난해 ‘외국인 치안봉사단’을 만들었다. 이승희 보안계장은 “현재 결혼이주여성 17명이 활동하며 외국인이나 다문화 가정에 범죄 예방법을 알려주고 치안 취약지역을 순찰한다”고 말했다. 치안봉사단의 슬로건은 ‘동등한 문화, 동등한 치안’이다.

봉사단에서 활동하는 이미연(37·개명)씨는 2004년 한국 남편과 결혼하면서 베트남에서 왔다. 그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외국인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과 편견 때문에 봉사활동은 상상도 못했다”며 “그간 친절하게 대해 준 한국 사람들이나 많은 도움을 준 한국사회에 보답하는 동시에 고국에서 온 사람들까지 도울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제는 이방인이 아닌 한국사람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외국인이 봉사활동을 하니 신기하다는 시선보다 똑같은 동네 주민이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바라봐 줬으면 합니다. 이제는 이방인이 아닌 한 명의 한국사람으로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7-03-0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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