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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원짜리도 안팔려요”…청탁금지법에 쇠고기·굴비 직격탄

“3만원짜리도 안팔려요”…청탁금지법에 쇠고기·굴비 직격탄

입력 2017-01-19 09:54
업데이트 2017-01-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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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체·기관 몸 사리면서 판매량 급감…설 대목 실종

“설 선물용 쇠고기 시장은 반 토막 난 것으로 보면 됩니다.”

충북 남부권 유일의 축산물종합처리장인 맥우의 홍성권(59) 대표는 “장기화하는 경기침체에 청탁금지법이 기름을 부은 것 같다”며 최근의 매출 현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분위기는 말 그대로 엉망이다.

쇠고기나 굴비 등 고가 품목은 말할 것도 없고 청탁금지법이 일부 허용하는 5만원 이하의 저가 제품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 탓도 있지만 청탁금지법 발효로 ‘큰 손’인 기업체와 기관들이 몸을 사리기 때문이다.

맥우의 한우고기 직매장은 설 선물용으로 5만∼30만원짜리 쇠고기 선물세트들을 준비했으나 올해 주문량은 작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값이 싼 돼지고기와 국거리 한우고기를 섞은 맞춤형 선물세트로 근근이 버티고 있을 뿐 갈비나 등심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한우 도축량도 작년 설에 1천700마리였지만 올해는 40%가량 줄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 등이 대부분 명절 2주 전에 물량 확보를 마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설 대목은 거의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렇게까지 판매량이 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허탈해했다.

강원도 횡성축협도 설 선물세트 주문량이 작년 설보다 30% 정도 감소했다.

횡성축협 관계자는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며 “추석 때는 청탁금지법을 고려해 5만원 이하의 선물세트를 새롭게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우불고기특구가 있는 울산 울주군의 한우 농가들은 “어떻게 손 쓸 도리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보통 갈비 등 고급육의 80%가 설과 추석 명절에 나가지만, 올해는 선물 수요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식당 업주 등의 의뢰를 받아 도축하는 간이도축장들도 예년보다 작업량이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이 때문에 농가 축사마다 도축 시기가 지난 소들이 늘고 있다.

한우 250마리를 키운다는 한 농민은 “다 키운 소를 적절한 시기에 출하하고 송아지를 사들여 키우는 선순환 구조가 깨지면서 송아지 가격이 추락하는 부작용마저 생겼다”면서 “청탁금지법이 규정하는 선물이나 식사 기준에 맞춰서는 어떤 대책도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400여개 굴비 업체가 있는 전남 영광의 법성포 ‘굴비 거리’도 설 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하다.

이맘때쯤이면 이어지는 주문과 배송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이번 명절은 주문이 끊기다시피 하면서 대부분 일손을 놓고 있다.

25년째 이곳에서 굴비 가게를 한다는 한 상인은 “설이 다가오는데 전화벨 소리조차 듣기 어렵다. 준비한 굴비를 절반도 팔지 못하고 창고에 그대로 쌓아두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는 참조기가 잡히지 않아 가격이 예전보다 2배가량 뛰며 소비 감소세가 더욱 뚜렷해졌다.

20마리가 들어있는 굴비 상자 가격이 최소 10만원 안팎에 달한다.

강철 영광굴비특품사업단장은 “청탁금지법 영향으로 작년 추석 명절 매출이 30%가량 줄었는데 이번 설 명절에는 거기에 더해 또다시 3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조기 마릿수를 줄이거나 가격을 낮춰보려 했지만 타산이 맞지 않아 그마저도 어렵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한과와 과일도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40여 가구가 한과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강원도 강릉시 한과마을은 전체적으로 주문량이 30% 이상 감소했다.

그나마 5만원 이하 제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10만원 이상의 제품은 거의 주문이 없다.

한 한과업체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에 대비해 3만~4만원짜리 실속형 제품을 내놓았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설 명절을 앞두고 있는데도 상당수 업체가 주말에 쉴 정도로 썰렁하다”고 말했다.

제주감귤농협은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등의 기본 포장 중량을 5㎏에서 4㎏ 이하로 낮춰 가격을 5만원 아래로 낮췄다.

설 선물로 인기가 높지만 5만원을 넘는 선물세트는 거의 주문이 없어서다.

경기도 이천의 한 과일 판매업체 관계자는 “선물용을 찾는 업체와 기관의 발길이 완전히 끊겼다”며 “고가의 선물세트는 그만두고 2만5천원짜리 사과도 수요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백도인 박병기 김인유 임보연 이강일 허광무 박지호 장덕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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