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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독감·야생 진드기…새해 벽두 바이러스에 갇힌 한반도

AI·독감·야생 진드기…새해 벽두 바이러스에 갇힌 한반도

입력 2017-01-05 07:42
업데이트 2017-01-05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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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져 눕는 독감, 고양이까지 번진 AI…모임 꺼려 연말연시 경기 실종

갈수록 독해지는 바이러스 비상…손씻기 등 청결한 개인 위생이 최선

새해 벽두부터 한반도가 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였다. A형 독감 대유행으로 병원마다 감기 환자가 넘쳐나고,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3천만마리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야생 진드기가 옮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 환자까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감염을 우려한 시민들이 여럿이 모이는 장소를 꺼리면서 연말연시 경기가 실종되고, 각종 행사나 모임까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고양이 폐사체에서 AI 바이러스가 나온 이후 인체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전국의 길고양이가 천덕꾸러기 처지가 되는 등 바이러스 공포가 우리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 A형 독감 환자 역대 최고…B형 독감도 또 온다

지난달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독감은 학교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 작년 52주차(12월 18∼24일) 외래환자 1천명당 의심환자 수가 역대 최고인 86.2명까지 치솟았다. 무서운 확산세를 막기 위해 조기 방학에 들어가는 학교가 속출했을 정도다.

독감으로 불리는 인플루엔자는 보통의 감기와 달리 고열·오한·두통·근육통·인후통 등 여러가지 호흡기 증세를 동반한다. 이번 독감은 증세가 더욱 심해 일단 걸렸다하면 알아 눕기 일쑤고, 환자 사이에서는 ‘죽는 줄 알았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온다.

다행히도 새해 들어 독감 기세는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작년 마지막 주(12월 25∼31일) 의심환자는 64.2명으로 내려앉았고, 이후에도 진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독감에 이어 ‘B형 독감’이 또 유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독감은 크게 A형·B형으로 나뉘는데, 대개 A형이 먼저 유행하고 나면 뒤이어 B형이 확산되는 패턴을 보인다.

정용필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 독감환자는 평균적으로 A형이 60%, B형이 40%를 차지한다”며 “보통 A형이 잠잠해지면 B형이 나타나기 때문에 예방접종 등 적극적인 예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28일 백신 공급 핫라인을 가동한 이후 400여건의 추가 공급 요청에 따라 1만6천회 접종분을 의료기관에 긴급배송한 상태다.

◇ 고양이로 번진 AI…인체 감염 우려 확산

독감과 더불어 기승하는 AI는 종(種)의 경계를 뛰어넘어 포유류인 고양이로 전파되면서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경기도 포천에서 폐사체로 발견된 고양이가 H5N6형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이후 인체 전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당국은 일단 AI가 고양이를 통해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중국에서 H5N6형 AI가 발견된 사례는 있지만, 조류→고양이→사람으로 감염된 보고는 없었다”고 인체 전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AI 바이러스가 오염된 손으로 눈·코·입 등을 만져 전파되는 만큼 조류나 고양이 등 폐사한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전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AI 감염 경로에 노출되지 말라는 얘기다.

정부는 AI가 집중발생한 전국 11개 시·군과 서울 등 7대 광역시에서 길고양이 10마리씩을 포획해 감염여부를 검사하기로 했다. 점차 확산되는 국민들의 ‘길고양이 공포’를 해소하려는 조치다.

서울시 강동구는 길고양이 공공급식소 주변 방역을 강화하고 일회용 사료그릇을 보급하는 특별방역대책도 마련했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에게 친환경 소독약과 방역마스크, 장갑 등을 지급하는 등 혹시 모를 인체 감염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강화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17일 충북 음성과 전남 해남에서 AI가 확진된 이후 지금까지 전국서 살처분된 가금류는 3천만마리를 넘어섰다. 알 낳는 닭(산란계)의 32.1%, 번식용 닭(산란종계)의 48.3%가 땅에 묻히면서 계란 품귀 등 후유증도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 해마다 창궐하는 바이러스…예방만이 최선

지난해 우리나라 공공 방역망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앞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숭숭 뚫린 방역망 사이로 메르스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퍼지면서 186명이 감염됐고, 이 중 38명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2002년 중국에서 증중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발생한 이후 지카·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신종 전염병이 꼬리를 물고 생겨나고 있다. 야생진드기가 옮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 수도 2013년 36명(17명 사망), 2014년 55명(16명 사망), 2015년 79명(21명 사망), 지난해 157명 등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사람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는 대개 동물을 매개로 등장한다. 메르스는 낙타, 에볼라는 박쥐, 지카는 모기가 인간과 접촉해 바이러스를 퍼트렸다. 일각에서는 그 원인을 지구온난화에서 찾는다. 환경파괴 등으로 동물 생태계가 침해당하면서 바이러스가 인간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김기순 질병관리본부 인플루엔자바이러스 과장은 “환경파괴가 바이러스와 사람의 접촉기회를 늘렸고, 이로인해 인수공통 바이러스 질병 등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확실한 치료제(항생제)가 개발된 세균과 달리 바이러스는 마땅한 치료방법이 없고 쉽게 변이를 일으켜 백신을 무력화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도 바이러스의 공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최선의 예방법으로 개인위생을 강조했다.

김 과장은 “독감 등 호흡기 질병은 손씻기만 잘해도 60∼70%가량 예방할 수 있다”며 “길고양이 문제만 하더라도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고, 비누를 사용해 손을 자주 씻는 등 위생수칙을 잘 지키면 크게 우려할 게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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