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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남지 않았다”…달걀값 상승에 살처분 농가 허탈감도↑

“하나도 남지 않았다”…달걀값 상승에 살처분 농가 허탈감도↑

입력 2016-12-28 07:40
업데이트 2016-12-2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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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종계 대량 살처분으로 농가 복구도 막막…“현실적 수준의 보상 필요”

“달걀값 오른다는 뉴스를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텅 비어버린 축사를 다시 어떻게 채워야 할지도 막막하고….”

지난 27일 찾은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일대 양계농가. 이 지역에는 원래 23개 농가에 닭 170만 마리가 있었지만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살처분돼 지금은 한 마리도 남지 않았다.

지역 양계농가 농민들은 AI 여파로 달걀값이 천정부지로 오른다는 소식에 절로 한숨이 나온다. 양계장 재건을 위해서는 병아리를 다시 들여 키워야 하지만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마저 대량 살처분됐다는 소식은 이들의 한숨을 더 깊게 했다.

영북면 자일리의 한 산란계 농가 입구. 알 낳는 닭을 키우는 이 농가 입구는 약 한 달 전만 해도 연중무휴 달걀을 출하하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지금은 닭도, 달걀도,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풍겼다. 입구에 설치된 ‘AI 발생지역’이라는 출입 금지 푯말이 이 농가의 사정을 설명하는 듯했다.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투잡’이라도 뛰어야 할 것 같습니다.”

농가 입구에 나온 농장주 A(57)씨는 연신 담배를 피웠다. 이 농가에서는 지난 11월 인근 농가에서 AI가 발생하자 닭 3만5천마리를 예방적 살처분하고 달걀 8천판을 폐기했다.

“달걀 한판에 7천∼8천원에 출하된다는 소식을 들으면 뭐라 말하기 힘든 허탈감이 듭니다. 살아남은 농가는 돈을 버는 거고, 우리같이 재수 없는 곳은 망하는 거죠.”

달걀만 따져도 5천600만∼6천400만원 어치가 고스란히 땅에 묻혔다고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난다.



A씨의 농가에서 약 1km 떨어진 다른 농가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 농가는 방역부터 사료 공급까지 최신식 시설을 자랑했지만, AI 발병 직후 모든 것이 멈춰 버렸다.

농가 주인 B(44)씨는 “달걀 가격이 오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허탈한 게 사실” 이라며 “그동안 방역을 철저히 했는데 왜 이런 일이 우리 농가에 생겼는지 억울한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김인배 대한양계협회 포천채란 지부장은 “닭을 살처분한 농가의 상대적 박탈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살처분 없이 닭을 지켜낸 농가들 역시 (언제 AI로 피해를 볼지 몰라) 노심초사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포천 지역에서는 지난 1주일간 추가 발병 의심 신고가 없었다. 하지만, 농민들은 번식용 닭인 산란 종계가 대량 살처분 됐다는 소식에 큰 우려를 표했다.

A씨는 “농가들 사이에서는 산란계 가격이 두 배 이상으로 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라며 “정부에서 얼마나 살처분 보상을 해 줄지 모르겠으나, 산란계를 다시 키우는 비용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27일 현재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의 살처분 마릿수는 41만 마리로, 전체 사육 마릿수의 절반에 달하는 48.3%나 된다.

농민들은 AI 확산이 농가의 잘못이 아닌 만큼, 피해 회복을 위한 현실적 보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양계업 관계자는 “양계농가들이 피해를 회복하고, 다시 달걀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의 보상이 이뤄져야 달걀 부족으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월 이후 약 2달간 AI 여파로 전국적으로 2천만 마리에 가까운 닭이 살처분됐다. 달걀의 가격은 26일 기준 특란 한 판(30개)의 소비자 가격이 전국 평균 7천510원으로 한 달 전(5천410원)보다 38.8%나 올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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