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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뺑소니, 벌금 20만원에 잡힐까

주차장 뺑소니, 벌금 20만원에 잡힐까

이민영 기자
이민영 기자
입력 2016-12-26 22:42
업데이트 2016-12-27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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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피 도주’ 2년 새 65% 급증

사람 안다치면 뺑소니 처벌 안해
잠적 땐 방법없고 수사력도 한계

연주자 최모(30)씨는 이달 초 서울의 한 공연장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가 문짝이 크게 파손되는 사고를 당했다. 공연이 끝난 뒤 주차장에 가 보니 구입한 지 석 달밖에 안 된 차량의 오른쪽 앞문이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주차장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최씨의 차량 옆에 주차하던 벤츠 승용차가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최씨는 사고 발생 3주가 지나도록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경찰이 차량 번호를 조회해 차주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차주가 잠적해 버린 것이다. 최씨는 “경찰은 형사처벌이 어려우니 일단 보험 처리를 하고 나중에 보험사가 차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면 된다는데, 자차보험을 들지 않아 수리 비용 90만원을 다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해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사고 보험금 4837억원

운전자가 없는 주정차된 차량에 교통사고를 낸 뒤 잠적해 버리는 ‘물피 도주’가 늘고 있어 피해자들의 물질적·정신적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 한 ‘뺑소니’로 처벌받지 않는 데다가 특별한 처벌 근거도 없는 상황이다. 법적으로 뺑소니는 아니지만 주차장에서 차를 받고 도주하는 경우가 많아 통상 ‘주차장 뺑소니’로 불린다. 결국 경찰이 전담수사팀을 꾸렸고 내년 6월부터 물피 도주에 대해 벌금도 신설됐지만 성과는 아직 미지수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 중 인명 피해가 없는 물피 사고는 2013년 21만 6235건에서 지난해 35만 6631건으로 64.9% 늘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가해자 불명으로 손해보험사가 지급한 물피 사고 보험금은 최근 5년간 4837억원에 이른다.

회사원 김모(42)씨는 지난여름 서울 강남의 한 식당 건물 앞에 차량을 주차했다가 범퍼 부분이 길게 긁히는 피해를 입었다. 경찰이 CCTV를 확인해 가해 차량을 찾았지만 차량 등록 주소지에는 가해자가 살고 있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결국 그는 보험료 인상을 우려해 30만원을 주고 도색 처리했다. 김씨는 “가해자는 뻔뻔하게 도망가고 피해자만 피해를 보는 현실이 어이없다”며 “이런 식이라면 누가 자진해서 물피 사고를 알리고 보상하겠느냐”고 말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차량에 운전자가 없는 주정차 상황에서 교통사고를 낸 뒤 도주해도 뺑소니로 처벌하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여력에 한계가 있다 보니 물피 사고 도주자를 찾아내기보다 인명 피해 사고를 먼저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 전담팀, 검거율 60%까지 올려

경찰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국 5개 경찰서에 ‘물피전담수사팀’을 시범운영 중인데, 통상 10~20%에 불과한 검거율을 60%까지 끌어올리면서 고무적인 분위기다. 지난달에는 도로교통법 54조와 156조를 개정해 내년 6월부터 물피 사고를 낸 뒤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않으면 20만원 이하의 벌금(범칙금)을 물게 했다.

그러나 운전자의 인식 개선이 없다면 조치의 효과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많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주차장 뺑소니에 대해 잡히면 보상해 주고 안 잡히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가진 운전자가 많다”며 “처벌을 강화한 만큼 운전자들의 의식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6-12-2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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