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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청탁’ 계기로 세무조사…탈세 적발해도 과세 못해

‘부정 청탁’ 계기로 세무조사…탈세 적발해도 과세 못해

입력 2016-12-21 13:48
업데이트 2016-12-2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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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세무조사 위법하면 수집된 자료 통한 과세도 위법…적법절차 지켜야”

부당한 민원을 계기로 이뤄진 세무조사에서 탈세 사실이 발견됐더라도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헌법이 규정하는 적법절차 원칙은 국가의 세금 부과에도 적용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1일 정모씨가 서울 서초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4천684만원의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세무조사는 외관상 세무조사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은 세무공무원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한 전형적 사례”라며 “세무조사가 위법하므로 그에 근거해 수집된 과세자료를 기초로 이뤄진 세금 부과 역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세무조사의 적법 요건으로 객관적 필요성과 최소성, 권한 남용의 금지 등을 규정한 국세기본법은 법치국가원리를 조세절차법의 영역에서도 관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12년 9월부터 3개월 동안 대구의 한 화학제조업체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나서 업체 대표인 김모씨가 직원인 정씨에게 회사 주식 1천9주를 명의신탁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 서초세무서는 명의신탁 재산을 증여 재산으로 간주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규정에 따라 정씨에게 증여세 4천684만원을 부과했다.

정씨는 “조세 회피의 목적이 없었다”며 행정심판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의 주장 및 제출 증거만으로는 조세 회피의 목적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이후 세무조사가 민원인의 부정한 청탁 때문에 실시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업체 대표 김씨와 부동산 문제로 다투던 A씨가 국세청 서기관으로 근무하는 이모(55)씨에게 김씨의 회사를 세무조사해달라며 청탁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씨는 세무조사 요건이 아니라는 동료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강행하도록 조처한 것으로 조사됐다.

2심은 “세무조사권을 남용해 이뤄진 위법한 세무조사를 통해 수집한 과세자료에 기초해 세금을 부과한 것은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된다”며 증여세 부과를 취소했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한편 이씨는 A씨로부터 12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기소됐지만 1심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은 서울고법에서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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