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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지진에 한반도 통째 흔들렸다…그후, 비상식량 항상 준비

가을, 지진에 한반도 통째 흔들렸다…그후, 비상식량 항상 준비

입력 2016-12-21 09:49
업데이트 2016-12-2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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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2 경주 강진’ 평정 되찾았지만…지진공포 일상화

“처음 강진이 났을 때만 해도 어지러워서 서 있지를 못했습니다. 지금은 지진 규모가 약해져서 전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여진이 나면 어지럽습니다.”

경북 경주시 건천읍 주민 정병교(70)씨는 지진 후유증을 앓고 있다.

강진 이후 경주에는 정씨처럼 자주 머리가 어지럽다거나 매스껍다는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1과 5.8 지진은 경주 모습과 시민 일상을 바꿔놓았다.

이날 오후 8시 33분 경주시 남남서쪽 8.7㎞ 지점(내남면 내남초등학교 인근)에서 규모 5.8 지진이 일어났다. 앞서 오후 7시 44분 경주시 남남서쪽 8.2㎞ 지점에서는 규모 5.1의 전진이 발생했다.

규모 5.8은 1978년 우리나라에서 지진 관측을 시작하고 한반도에서 일어난 지진 중 가장 강력한 규모다.

두 차례 큰 지진으로 전국에서 강한 진동이 감지됐다.

지진이 나자 놀란 시민은 건물 밖으로 뛰어나왔고 밤늦게까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건물이 마구 흔들리고 화분이 떨어지고 지붕 기와가 무너졌으며 유리창도 깨졌다.

문화재 피해는 단순히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불국사 다보탑(국보 제20호)은 일제강점기에 파손으로 접합한 상층부 난간석이 내려앉았고, 대웅전(보물 제1744호) 지붕과 용마루, 담장 기와가 일부 부서졌다.

첨성대(국보 제31호)는 기존보다 북쪽으로 2㎝ 더 기울고, 상부 정자석 남동쪽 모서리가 5㎝ 더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안전처는 지진으로 23명이 다치고 경주, 울산, 포항 등에서 5천120건의 재산 피해가 났다고 집계했다.

한국수력원자력도 경주에 있는 월성원자력발전소 1∼4호기 가동을 중지했다가 3개월 만에 재가동했다.

이에 따라 국민안전처는 9월 22일 지진으로 피해를 본 경주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경주시가 자체 집계한 피해액만 130억원이 넘는다.

지진피해로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한 사례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시는 피해복구비 가운데 지방비 부담분 일부를 국고로 추가 지원받았다.

그동안 이웃 나라 일본에선 강한 지진이 자주 발생했으나 한반도에서는 근래에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다.

한반도는 지질 구조상 일본과 같은 판 경계가 아니라 판 내부에 있어 지진 안전지대라는 관측이 우세했었다.

그러나 올해 7월 5일 울산 해역에서 규모 5.0에 이어 경주에서 5.0을 웃도는 지진이 잇따르자 한반도 지진 ‘안전지대론’은 힘을 잃었다.

9·12 지진이 나고 3개월여 지난 경주는 어느 정도 평정을 되찾았다.

경주시는 파손 주택 2천500채 가운데 96%를 복구했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와 군인들이 큰 도움을 줬고 기관·단체의 성금 기탁도 잇따랐다.

전국 40여개 기관과 단체가 성금 42억5천만원을 냈고, 지진으로 피해가 난 한옥 복구에 쓰일 기와 7만7천 장을 보냈다.

파손된 문화재 57곳 가운데 김유신묘, 교동 최씨 고택, 독락당, 재매정, 수졸당 등 5곳의 복구작업은 끝났다.

하지만 5곳은 설계 발주를 하지 못했다. 나머지 47곳은 설계 단계이거나 공사중이다.

경주시는 겨울인 점을 감안 복구공사를 잠시 중단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에는 문화재 대부분 복구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피해복구는 끝났으나 문제는 곳곳에 남았다.

당장 경주 황남동 일대 역사문화미관지구에서 지붕이 부서진 집 가운데 상당수가 기와 대신 기와 모양의 함석으로 보수했다.

기와를 쓸 때보다 80%가량 저렴하고 더 튼튼하다는 이유에서다.

경주시는 조례로 전통 기와를 쓰도록 규제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그러나 주민 반발 때문에 단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진이 난 뒤 관광객 발길이 줄어 관광업 종사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주는 국내를 대표하는 관광도시다.

숙박, 음식, 교통 등 경주 경제 전반이 관광업과 연관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에 따르면 지진 이후 한 달간 경주를 찾은 관광객은 56만8천여명에 불과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이다.

관광객과 학교 수학여행단이 잇따라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호텔과 콘도 투숙률은 30% 선에 그쳤다. 관련 업계 영업손실액은 190억원에 이른다.

지난달부터 사정이 다소 나아지고 있지만 예년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게 경주 관광업계 의견이다.

여진이 그치지 않아 불안해하는 사람도 많다.

이달 12일과 14일 규모 3.3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주에선 9·12 지진 이후 12월까지 550회 이상 여진이 이어졌다.

지진이 일상화하자 대피물품을 챙겨놓거나 비상식량을 준비하는 사람이 늘었다. 경주 황성동 주민 김영찬(25)씨는 “처음엔 지진이 나면 무척 놀랐는데 이제는 크게 당황하지 않는다”며 “다만 언제든 집 밖으로 나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고 비상식량, 물 등도 사놨다”고 말했다.

경주 산내면에 사는 한말연(88·여)씨는 “자다가도 한 번씩 쿵 소리가 나거나 집이 흔들리면 놀라서 잠이 깬다”며 “여진이 이어지니 불안하다”고 했다.

선창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일본 등 해외 지진 사례로 볼 때 당초 여진이 2∼3개월 정도면 잦아들 것으로 봤지만, 생각보다 오래 계속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지진 이후 경주시를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는 학교, 관공서, 다리 등 공공건축물 내진보강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새로 짓는 주택은 규모와 관계없이 모두 내진 설계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모든 건축물이 내진 기능을 갖추려면 시간이나 비용이 상당히 많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경주 지진으로 양산단층 등 활성단층 논란이 거세자 국민안전처, 원자력안전위원회, 기상청, 미래부 등이 합동으로 단층조사를 하기로 했다.

이성호 안전처 차관은 “한국 현실에 맞는 단층개념을 정립하고 활동성 단층을 조사할 계획이다”며 “조사 결과, 원전을 활동성 단층 위에 지었다면 내진보강 등 대책을 추가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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