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구원 보고서…“고용률·사회참여 높지만 절반은 빈곤위험”
서울에 사는 노인들은 유럽 노인보다 더 활발하게 일하고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절반가량은 경제적 불안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서울연구원 윤민석 부연구위원과 서명희 연구원은 ‘활동적 노화지수의 서울시 적용 가능성 검토’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와 세계보건기구(WH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사용하는 ‘활동적 노화’ 개념을 토대로 서울 노인들의 고용, 사회참여, 독립·안전, 역량·환경 등 분야를 유럽국가(EU) 상황과 비교해 분석했다.
‘활동적 노화’란 나이가 들면서도 건강을 유지하고 독립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는 생활을 뜻한다. 위에 언급한 4가지 분야에 따른 22개 지표를 측정해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 수치화한다.
서울의 활동적 노화지수는 유럽국가들과 비교해도 7위 수준으로 상위권에 있었다.
특히 고용 분야와 사회참여 분야는 3위에 올라 유럽국가들보다 비교 우위에 있었다.
그러나 독립·안전 분야는 최하위 수준이었다.
연령별 고용률을 지표로 삼은 고용 분야 점수는 서울이 38.5점으로 스웨덴(43.4점), 에스토니아(39.7점)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덴마크·영국(35.8점), 독일(34.4점), 네덜란드(33.9점) 등을 제치고, 유럽연합 평균(27.9점)보다도 10점 가까이 높았다.
보고서는 그러나 “노인 고용률이 높은 것을 긍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서울·한국 노인들은 노후 준비가 부족하고, 노인 빈곤율이 48.1%로 높아 65세 이후에도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 조사 결과 노인의 근로 이유로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라는 답이 54%를 차지하는 등 상황을 고려하면 활동적 노화 측면보다는 경제적 필요에 의한 노동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노인 일자리가 비정규직이나 자영업 중심이어서 고용이 불안정하고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상황이라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사회참여 분야에서 서울은 아일랜드·이탈리아(24.1점)에 이어 23.1점으로 역시 3위에 올랐다. 스웨덴(22.9점), 프랑스(22.8점), 네덜란드(22.4점), 룩셈부르크(22.2점), 영국(21.6점), 핀란드(20.6점) 등이 뒤를 따랐다.
사회참여 분야를 지표별로 보면 손자녀·자녀 돌봄(37.5점), 다른 노인·장애인 돌봄(38.1점)이 유럽 평균(각 30.6점·11.8점)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반면, 정치적 활동 점수는 서울(0.6점)이 유럽 평균(20.5점)보다 크게 떨어졌다. 이는 자유롭게 정당에 가입하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유럽의 정치문화와 우리의 그것이 다르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독립·안전 분야는 서울이 54.4점으로 꼴찌 수준이었다. 덴마크·핀란드(79점), 네덜란드(78.9점), 스웨덴(78.6점) 등 복지 선진국은 물론 유럽 평균(70.6점)에도 한참 못 미쳤다.
지표별로 보면 빈곤 위험이 없는 비율에서 유럽 평균은 94.6점이었지만, 서울은 50.3점이었다. 거주지역 안전도도 유럽 평균이 78점, 서울이 53.2점으로 매우 낮았다.
보고서가 인용한 OECD 자료를 보면 OECD 국가 노인가구 소득원 가운데 공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9%지만, 우리나라는 16.3%에 불과하다. 한국 노인 소득원의 63%는 근로소득이 차지하고 있다.
공적연금의 점진적인 증가로 노인 빈곤율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지만, 당장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역량·환경 분야의 서울 점수는 55.6점으로 유럽연합 평균(54.4점)과 비슷했다.
지표별로 노인의 생존 가능성(61점),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확률(64점), 인터넷 사용(62.5점) 등은 유럽 평균보다 각각 12.2점, 6.9점, 32.8점씩 높았지만, 정신적 웰빙 지표는 23.9점으로 유럽 평균(68.2점)보다 낮았다.
보고서는 그동안 노인을 부양 대상으로만 보던 관점이 건강하고 교육수준이 높은 노인이 많아지면서 급속히 바뀌고 있다며 “보호가 필요한 노인과 건강한 노인을 구분한 노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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