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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같아서”…매달 닭 12마리로 동네 어르신 생일잔치

“아버지 같아서”…매달 닭 12마리로 동네 어르신 생일잔치

입력 2016-09-15 09:15
업데이트 2016-09-1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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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치킨집 사장님 황학모씨…7년째 나눔 활동

황학모·임명숙 씨 부부서울 구로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황학모(54)씨 부부는 7년째 매달 생일을 맞은 어르신을 대상으로 치킨을 나누고 있다. 구로구 제공
황학모·임명숙 씨 부부서울 구로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황학모(54)씨 부부는 7년째 매달 생일을 맞은 어르신을 대상으로 치킨을 나누고 있다.
구로구 제공
간암 투병할 때는 아내가 나눔 이어가 ‘감동’

“우리도 어머니가 생일 미역국을 끓여주실 때 가장 행복하잖아요? 자식이 없는 어르신들도 누군가는 챙겨줘야죠.”

7년간 매달 닭 12마리씩을 어르신에게 무료로 나누는 치킨집 사장님이 있다. 지금껏 나눈 양도 1천 마리가 족히 넘는데, 자신이 암으로 생사를 오갈 때는 아내가 대신 나눔을 이어가 주위를 따뜻하게 하고 있다.

15일 서울 구로구에 따르면 그 주인공은 신도림동에서 2009년부터 치킨집을 운영하는 황학모(54)씨다.

황씨는 매달 20∼25일께 구 노인복지센터에서 그달 생일을 맞은 어르신을 대상으로 여는 생일잔치에 치킨 12마리를 꼬박꼬박 나누고 있다. 밤에 주문량이 많아 보통 오후 4시는 돼야 가게 문을 열지만, 이날만은 오후 1시30분이면 닭을 튀겨내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짧지 않은 기간 나눔을 이어오는 일이 쉽지는 않을 터지만, 그 계기를 묻자 ‘우리 부모님 같아서’라는 소박한 대답이 돌아왔다.

황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님을 여의고, 일찍 혼자가 됐다”며 “매장에서 우리 닭을 드시는 어르신을 볼 때마다 부모님 생각이 나고, 내 아버지 같아서 나눔을 시작하게 됐다. 가족들에게 이야기하니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자치회 간사를 맡아 평소 지역사회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주민자치회 차원에서 이달 하순에는 지역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위로 잔치를 계획하고 있고, 다음 달에는 어르신을 상대로 경로잔치도 연다.

황씨는 “최근 몇 년 간 불황에 치킨집 영업이 쉽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르신과의 약속이다. 어르신과 아이는 속이면 안 되지 않나. 마음으로 한 약속이기 때문에 치킨 장사를 접을 때까지는 계속 나눔을 이어가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4년 전인 2012년 그의 이 같은 결심을 뿌리째 뒤흔드는 일이 일어났다. 간암 판정을 받아 수술대에 올라 생사를 오가며 힘겨운 투병 생활을 한 것이다.

황씨는 의식을 잃고 병상에 누워 있으면서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 ‘나눔을 멈추지 말아 달라’고 아내에게 당부했다고 했다. 마치 이를 유언처럼 받아들인 아내와 가족들은 병구완과 가게 일이 벅찬 가운데에서도 봉사활동까지 묵묵히 해냈다.

그는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아내와 결혼한 것”이라며 “투병과 퇴원 과정에서 아내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 장가를 정말 잘 간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특히 간 이식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준 이는 그의 둘째 아들이다. 몸무게가 100㎏이 넘던 아들은 이식 수술을 위해서는 90㎏ 이하가 돼야 한다는 말에 6개월간 15㎏을 감량했다.

황씨는 “아버지를 살려야 하는데 그것쯤은 큰일이 아니었다는 아들의 말을 듣고 당시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황씨의 치킨을 맛본 어르신들은 종종 가게로 전화하거나 직접 찾아와 ‘잘 먹었다’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아버지께 한 마리를 대접해 드린 것 같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사람들은 나눔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밥 한 그릇이라도 배고픈 분에게 드리면 그것이 바로 나눔이고, 기부죠. 내가 가진 일부분을 어려운 분에게 작게나마 드릴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쁩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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