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성취압력에 의존시 계층 간 교육격차 심화

교사들이 강한 성취동기를 갖고 수업에 임하면 학생들의 학업성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상식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학생의 경제적 수준에 상관없이 공평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더 크게 나타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18일 ‘교사의 성취압력이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고려대 김경근 교수 등 2인공저) 논문을 보면, 서울의 중2와 고2 학생들의 수학과 영어성적을 조사했더니 학생들의 학업성취에 대한 교사의 ‘성취압력’의 효과는 가정배경이 좋을수록 더 강하게 나타났다.

먼저 중학생의 경우, 교사의 성취압력은 수학과 영어 모두 학생들의 성취수준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교사의 높은 의욕이 학생들에게 학업성취에 대한 높은 기대를 유도하고 학습의욕을 높여 더 우수한 성적을 내도록 자극하는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중학생은 영어보다는 수학에서 교사의 성취압력이 강해질 때 가정배경이 좋은 학생들의 성적 향상도가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또한, 중학생의 경우 수학 학업성취의 13% 정도와 영어의 경우 17% 정도가 학교수준 특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학보다는 영어가 학교수준의 특성에 의해 성취수준이 달라질 여지가 더 크다는 의미다.

고등학생들도 중학생과 마찬가지로 교사의 성취압력이 수학과 영어 모두 명백한 학업성취 제고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학업성취에 대한 교사 성취압력의 긍정적 효과는 가정배경에 따라 차별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학생의 경우와 달리 고등학생의 경우 교사의 성취압력이 계층 간 교육격차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은 이런 연구결과에 대해 “학업성취 향상 효과가 가정배경이 양호한 학생들 사이에서 더 크게 나타나게 되면 계층 간 교육격차는 완화되기보다는 오히려 심화할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교사의 성취압력을 통해 계층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펴는 것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가정배경이 열악한 학생들로서는 교사와의 유대나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사의 강한 의욕에 직면할 경우 그 의도의 진정성과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사가 가정배경이 열악한 학생들에게 성취압력을 가할 때는 상호 간에 신뢰구축을 먼저 한 뒤 교사의 진정성을 학생들에게 충분히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서울교육종단연구 2차연도(2011년) 당시 중2 학생 4천544명과 고2 학생 4천92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논문은 학술지 ‘한국교육학연구’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