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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가로채고, 음란영상 보내고, 횡령하고…왜 교수가 됐을까

논문 가로채고, 음란영상 보내고, 횡령하고…왜 교수가 됐을까

입력 2016-09-07 10:05
업데이트 2016-09-0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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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에 갑질’ 도 지나쳐, 법인카드 개인용도 사용 예사

우리 사회 최고 지성을 자랑하는 대학 교수들의 일탈과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제자 논문을 가로채 연구비를 받아챙기는가 하면, 제자에게 음란영상을 보내기도 하고 학위 논문을 빌미로 대학원생들에게 뒷돈을 요구하는 교수도 있다.

반면 제자들은 자신들의 장래가 교수들 손에 달려있는 구조 때문에 모멸감을 받으면서도 어찌할 수가 없어 가슴만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불법과 일탈을 저지른 교수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사회적 문제로 지적된다.

◇ 논문 가로채기·연구비 횡령 없어졌나 했더니 ‘여전’

부산교육대 교수들이 제자 논문을 가로채 학회지에 올리거나 제1저자로 등재해 연구비를 받아 챙기다 최근 교육부 감사에서 무더기로 적발됐다.

교수 6명은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을 요약·정리해 학회지에 올려 연구과제지원비 8천850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들 중 2명은 제자 4명의 석사학위 논문 4편을 요약·정리해 자신을 제1저자로, 학위자는 제2저자(공동저자)로 등재하는 부도덕함을 보였다.

교육부는 이들을 징계 조치하고 받아간 연구비를 모두 회수하도록 대학 측에 요구했다.

이 같은 일은 청주교육대에서도 일어났다.

교육부 최근 감사에서 이 대학 A교수는 제자의 학위 논문을 요약해 본인 단독 연구로 교내 논문집에 게재해 2014년 연구비 4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 학교의 교육연구원에서 2014년 퇴직한 전직 조교 B씨는 부서운영비 7천440만원을 생활비와 유흥비 등 개인용도로 사용해 중징계를 받았다.

교원의 기본적인 업무인 대학원생 논문 지도를 명목으로 54명에게 1천560만원의 수당을 받은 교수들도 있었다.

강원도에서는 제자들에게 석·박사 학위 논문 대가로 뒷돈을 요구한 국립대 교수(49)가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광주지검 부정부패특별수사팀은 지난 1월 정부 출연 연구비를 가로챈 혐의(사기)로 목포대학교 교수 2명을 구속기소하고 다른 한 교수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10년 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연구원으로 허위로 등록하거나 일부 연구원의 인건비를 실제 지급액인 60만∼80만원보다 3배 가량 많이 지급한 것처럼 속여 모두 7억2천300여 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지난해 9월 있었던 경상대 병원에 대한 교육부 감사에서는 법인카드 불법사용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신경과 교수 12명은 법인카드 사용이 금지된 호프집 등에서 1천70만원을 사용했고, 한 교수는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이용해 1천532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16명의 교수가 주유비 2천519만원을 학술활동지원비로 처리했다가 감사에서 적발돼 환수조치를 당했다.

◇ 여제자에 음란동영상·경찰과 차량 추격전·절도까지

지난달 대구지법은 20대 여제자 휴대전화로 음란 영상이 나오는 인터넷 링크 주소를 보낸 50대 교수에게 벌금 500만원과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재판부는 “교수가 범행 후에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았다”며 유죄를 선고하고 적지 않은 벌금을 낼 것을 판결했다.

지난 3월 서울의 한 유명 대학교 교수(58)는 경기도 부천 시내 도로에서 승용차를 역주행 방향으로 정차해 뒀다가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자 4km 가량 달아나다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을 쏘며 추격한 경찰에 붙잡혔다. 도주과정에서 경찰관 4명이 차량에 치이거나 추돌사고로 다쳤다.

지난 6월 강원 춘천에서는 자신의 밭 진입로에 깔고자 새벽에 몰래 공사현장에 놓인 보도블록을 훔친 국립대 교수(64)가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기도 했다.

◇ ‘도제식 대학교육’ 개선하고, 책임 엄하게 물어야

경기도 한 대학교 장모(53) 교수는 자신이 대표를 맡은 디자인 관련 학 사무국에 취업시킨 제자(30)가 업무에서 실수한다는 이유 등으로 몇 차례에 걸쳐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장 교수는 2013년부터 2년 간 이 제자를 때린 것도 모자라 손발을 묶고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운 채 40여 차례에 걸쳐 호신용 스프레이를 얼굴에 쏘거나 인분을 모아 강제로 먹이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수들이 이 같은 도를 넘는 갑질과 일탈행위는 후진적인 대학 교육시스템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한 대학원 조교 김모(43)씨는 “사실상 도제 시스템과 다를 바 없는 석사, 박사 과정에서 교수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어서 교수의 비리나 갑질을 보고도 모른 척 하는 경우가 많다”며 “내부고발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오미덕 참여자치 21 공동대표는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 본연의 성격이 변질이 돼 상아탑이라는 말이 쑥스러울 정도”라며 “경쟁에서 살아남는 자가 승리한다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대학에서도 팽패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상룡 부산대비정규교수노조 분회장은 “대학은 도제식 교육 성향이 강해서 교수와 제자 간 협력적인 연구가 많아 교수들이 제자 논문을 가로챌 때 죄의식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 같은 잘못된 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의 학문발전과 대학발전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제자의 논문을 훔친 교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로 지적된다.

교육부는 부산교대를 비롯해 학위논문 저자를 바꾸거나 제자의 성과물로 연구비를 타낸 교수들에게 연구비 회수(시정)와 경징계를 내리는 것에 그쳤다.

이에 대해 이 분회장은 “연구성과물을 훔치는 일에 대해서는 앞으로 대학윤리규정을 강화하거나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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