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관리·정책에만 참여” 140억원대 기업범죄 혐의는 부인첫 공판 앞두고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선임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측이 재판에서 “여러 행동으로 사법시스템에 불신을 초래해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정 전 대표의 변호인은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남성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정 전 대표는 응분의 처벌을 받고 속죄하고자 하는 입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같은 변호인의 발언은 정 전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100억원대 원정도박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이 확정된 정 전 대표는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46·구속기소) 변호사와 보석 목적 수임료 반환을 둘러싸고 다툰 사실이 올해 4월 알려져 법조계 전방위 로비 의혹이 불거졌다.
굳은 표정으로 변호인의 말을 듣던 정 전 대표는 법정에서 눈물을 흘렸다.
다만 변호인은 “정 전 대표가 회사의 자금 집행이나 구체적인 거래에 일일이 개입하지 않았다”며 횡령·배임 등 140억원대 기업범죄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지난해 1∼2월 네이처리퍼블릭 자회사 에스케이월드 자금 90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에 대해 “정 전 대표는 이 회사의 대주주였지만 임원이나 대표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정 전 대표가 에스케이월드의 실질적 운영자로서 지위를 이용해 회삿돈을 횡령했다고 봤지만, 정 전 대표 측은 이를 부인한 것이다.
정 전 대표는 이 회사뿐 아니라 네이처리퍼블릭 자금 17억9천200만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변호인은 정 전 대표가 네이처리퍼블릭에서도 구체적인 자금 집행까지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 전 대표 측은 2010년 12월께 네이처리퍼블릭 자회사인 세계홀딩스 자금 35억원을 L호텔에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하자 이 호텔이 변제 명목으로 제공한 호텔 2개 층 전세권을 개인 명의로 넘겨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도 부인했다.
변호인은 “배임은 일반적으로 담보를 받지 않은 채 돈을 빌려줘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인데, 정 전 대표는 L호텔에 자금을 빌려주며 담보를 확보하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며 “회사에 손해를 끼칠 의도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세계홀딩스 법인 명의로 유흥업소로 사용된 L호텔 일부 층의 전세권을 설정하는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개인 명의를 쓴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정 전 대표는 첫 공판을 앞둔 5일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김상준(55·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를 선임했다. 1989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사법정책실장 등 법원 내 요직을 거친 김 변호사는 올해 2월 인사를 앞두고 퇴임했다.
다음 재판은 22일 열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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