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성 없다”…친형 차로 치어 숨지게 한 동생 무죄

“고의성 없다”…친형 차로 치어 숨지게 한 동생 무죄

입력 2016-08-22 11:23
수정 2016-08-2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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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돈 내놔라’며 차에 뛰어들어…국민참여재판서 무죄 판결

친형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동생이 국민참여재판 결과 무죄를 받았다.

창원지법 제4형사부(정재헌 부장판사)는 교통사고로 친형을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기소된 김모(47)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5남 1녀중 막내인 김 씨는 2009년 어머니로부터 재산을 단독으로 물려받았다.

김 씨가 고향 동네에서 논농사를 지으며 어머니를 모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형은 어머니가 재산을 막내동생에게 모두 넘긴데 불만을 품었다.

재산 상속에서 소외된 후 그는 지난해까지 7차례나 동생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는 전부 무혐의 처리되거나 각하됐다.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는 형은 용돈이 떨어질 때마다 ‘돈을 내놔라’며 동생이 운전하는 차량을 수시로 가로막기도 했다.

비극은 지난해 9월 발생했다.

김 씨가 논에 잡초를 뽑은 후 차를 타고 돌아가던 중 남성 1명이 도로변 컨테이너 박스 쪽에서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었다.

김 씨 차량은 앞 범퍼와 부딛쳐 튕겨져 나간 사람을 치고 그대로 지나갔다.

김 씨는 도로에 뛰어든 사람이 친형임을 직감했다.

그러나 이미 사고가 난 뒤였다.

검찰은 김 씨가 도로에 뛰어든 사람이 형인 줄 알면서도 급정거 하거나 핸들을 꺾지 않았다며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사고정황상 형을 죽일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고당시 목격자는 한명도 없었고 차량내부나 도로변에 CCTV도 없었다.

재판과정에서 사고 당시 차량 속도가 쟁점이 됐다.

검찰은 사고 당시 김 씨가 시속 40㎞로 운전한 것으로 보인다며 도로에 뛰어든 형을 보고 충분히 차량을 세울 여유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김 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김 씨는 시속 70㎞로 운전중에 갑자기 형이 차량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에 멈출 틈이 없었고 뒤늦게 급정거를 했지만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사고현장에는 급브레이크를 밟을때 나타나는 스키드 마크가 없었다.

사고지점에서 시속 70㎞로 달리던 차량이 급정거를 하는 실험을 했지만 스키드 마크가 나타나지 않은 점은 김 씨 진술을 뒷받침했다.

김 씨는 지난 18·19일 이틀동안 진행된 국민참여재판 최후 진술을 하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배우지는 못했지만 사람 살아가는 도리는 잘 안다”며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도 피를 나눈 친형인데 그렇게 할 수 있겠나. 사고로 형을 잃어 너무 가슴 아프다”고 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9명 가운데 6명은 무죄, 3명은 유죄 의견을 냈다.

배심원 상당수가 김 씨가 형을 일부러 죽일 의도가 없었다는 쪽을 택했다.

재판부도 배심원 의견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씨가 고의로 형을 치어 숨지게 했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평소 가족관계 등에 비춰볼 때 상해를 가할 만한 특별한 정황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씨를 향해서는 “어찌 되었건 친형이 사망한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남은 시간 유족들 마음을 잘 다독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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