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계좌→궤짝·007가방→홍삼상자…뇌물 전달수법의 진화

차명계좌→궤짝·007가방→홍삼상자…뇌물 전달수법의 진화

입력 2016-05-10 14:12
업데이트 2016-05-10 14:1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금융실명제·5만원권 지폐 등장을 변곡점으로 새 수단 등장

공천헌금 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국민의당 박준영 당선자(전남 영암·무안·신안)가 홍삼상자를 통해 돈을 전달받은 의혹이 제기되면서 뇌물 전달수법이 새삼 관심을 모은다.

이 상자에는 5만원권 지폐로 약 3천만원을 담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불황과 집값 급등으로 목돈을 만져보기 힘든 일반 국민은 갈수록 진화하는 뇌물 전달수법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뇌물 전달수법은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을 전후로 크게 달라졌다.

금융실명제 이전에는 뇌물을 주고 받기가 상대적으로 훨씬 수월했다. 차명으로 통장을 만들어 도장과 함께 건네주기만 하면 끝이었다. 혹시나 단속이나 수사에 적발되더라도 뇌물이 누구에게서 전달됐는지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거래를 실명을 통해서만 하도록 한 금융실명제가 실시되자 차명계좌를 이용한 뇌물 전달은 불가능해졌다.

대신 등장한 것이 이른바 ‘사과상자’를 통한 현금 전달이었다.

1997년에 터진 한보그룹 뇌물사건에서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은 그룹 도산을 막기 위해 시중 은행장들과 정·관계 인사들에게 수백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 1만원권으로 2억원을 사과상자에 담아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세간에서는 한때 ‘사과상자’라는 단어는 ‘은밀한 뇌물’의 대명사처럼 불렸.

현금 액수에 따라 5천만원은 ‘007 가방’이라 불리는 신사용 케이스에, 1억원은 골프가방에 담아 전달했다.

2002년 대선에서는 박스형 화물차량에 돈을 실어 건네는 이른바 ‘차떼기’ 수법까지 등장했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최측근이 기업들에게 대선자금을 끌어 모으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기업 측이 100억원이 실린 차량을 고속도로 휴게소에 주차해놓으면 후보의 최측근이 차를 직접 몰고 가서 받아오는 ‘대담한’ 방식이었다.

본의 아니게 사과상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빠지고 ‘노출’될 우려도 커지자 새로운 상자들이 대체재로 등장했다.

2005년 한국마사회 비리사건에서는 안동 간고등어 상자와 상주 곶감 상자 등 지역 특산품 상자가 새로운 전달수단으로 떠올랐다.

2009년 6월부터 5만원권 지폐가 등장하면서 뇌물을 전달하는 상자의 크기도 작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같은 액수를 1/5 크기로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수뢰 혐의로 지난해 7월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2013년 재·보궐 선거 당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쇼핑봉투에 넣은 3천만원을 전달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2014년 발생한 모뉴엘 사기대출 사건에서는 휴지상자나 과자갑, 와인상자 등이 신종 전달수단으로 이름을 올렸다. 또 기프트카드를 넣은 담뱃갑이 사용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