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휴식 균형”vs“맞벌이 가정 자녀 돌봄 애로”
“저희 아이 초등학교가 5월 초 방학입니다. 단기방학 너무 싫어요. 회사에 아이 방학이라서 출근 못한다고 했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알았다고 하네요. 누구를 위한 단기방학인가요?”“초등학교 아들과 중학생 딸이 5일부터 단기방학이라네요. 거제도 여행 준비하고 있어요.”
경기도 신도시 학부모들이 가입한 인터넷 커뮤니티마다 5월 초 예정된 초·중·고등학교의 봄 단기방학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직장을 가진 ‘워킹맘’들의 고민과 부부가 함께 휴가를 낼 수 없는 맞벌이 가정의 고충을 토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반면 학습과 휴식의 균형으로 재충전하고 체험학습과 인성교육 기회를 주는 교육적 효과와 더불어 내수 진작을 유도해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옹호론이 만만치 않다.
◇ 경기도 초중고 99.7% 사계절방학
봄 단기방학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사계절방학의 일부분이다. 사계절방학은 한 한기를 두 개로 나눠 분기별로 시행하는 방학을 말한다.
학교장 재량휴업일을 활용해 4일 이상 휴업하거나 7일 이상 봄·가을 단기방학을 편성해 2월 학사운영을 줄이는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한다.
28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2016학년도 경기도 내 초·중·고 2천328개교 가운데 2천311개교(99.3%)가 사계절방학을 시행한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1천233개교 중 1천229개교(99.7%), 중학교 623개교 중 622개교(99.8%), 고등학교 472개교 중 460개교(97.5%)가 해당한다.
이 중에서도 137개교(초 77·중 41·고 19)는 7일 이상 봄·가을 단기방학을 운영한다.
이에 따라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봄 단기방학에 들어가는 학교만 243개교(초 153·중 61·고 29)에 이른다.
임시공휴일 지정에 앞서 대구지역 초·중·고·특수학교 전체 451개교 중 434개교도 다음 달 6일을 재량 휴업일로 정했다. 일부 학교는 4일이나 9일도 재량휴업일로 정해 6일을 쉰다.
◇ “학습과 휴식의 균형” vs “맞벌이 가정 어쩌라고”
사계절방학 도입 배경은 교육과정 정상화에 있다. 학습과 휴식, 지식 습득과 체험의 균형으로 학생들이 전인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준다는 목적이다.
평택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방학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서로 대화하고 이해하는 좋은 계기”라고 말했다. 수원 한 중학교 교사는 “지난해 단기방학을 해보니 진로진학 체험과 부족한 학습을 보충할 수 있어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학년 초 학부모·학생·교사 설문조사(과반 동의)를 거쳐 봄·가을 단기방학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단기방학 기간에 직장에 출근해야 하는 맞벌이 가정에서는 당장 자녀를 돌봐줄 곳을 찾아야 한다.
다음 달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도 상당수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일자리는 쉬지 못한다. 어린이날 전날(4일)이나 2일부터 휴업하는 학교가 많은 것도 부담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50곳을 대상으로 이달 26∼27일 설문조사를 했더니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 휴무하겠다는 업체는 36.9%였다. 10곳 가운데 4곳 이하인 셈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 이성원(40·고양시 일산서구)씨는 “자율방학을 하면 돌 볼 사람이 없다”며 “직장에 눈치가 보여도 어쩔 수 없이 아내랑 번갈아 휴가를 내 아이를 돌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영희(44·여·광명시)씨는 “학원도 학교에 맞춰 쉬기 때문에 아이가 종일 집에 혼자 있어야 한다”며 “하루 정도만 그나마 돌볼 곳을 찾을텐데 학교가 시도 때도 없이 방학을 한다”며 하소연했다.
이 때문에 교사들 사이에서도 “자녀와 함께 할 수 있게 직장 휴가가 자유로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먼저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형제자매 다른 일정…등교학생 대책 보완 필요
맞벌이 가정 자녀 보호 문제 이외에도 형제자매 간 학사일정 불일치, 등교학생 종일 돌봄 프로그램 부족 등도 보완할 부분이다.
초·중학생 자녀 둘을 둔 학부모 김덕수(45·화성시)씨는 “초등학생 아들은 5일부터, 중학생 딸은 4일부터 방학이라서 할 수 없이 아들은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해 쉬게 했다”고 말했다.
사계절방학과 맞물려 4분기 학사제가 정착되려면 교육지원청이나 시·군 단위 학사일정 조율이 선행돼야 하는 것은 이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이 경인교대에 의뢰해 올해 1월 나온 ‘4분기 학사제 적용방안 연구’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은 방학중 등교학생 관리였다.
방학중 특별프로그램은 보육프로그램이 가장 많았고 독서 프로그램이 그다음을 이었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아예 방학중 프로그램이 없는 경우도 많았으며 초·중학교의 경우 프로그램 참여율도 매우 저조한 곳도 많았다.
안산 한 초등학교의 경우 방학중 등교학생 수요조사 결과 전교생 700여명 중 10여명이었으며 평소 돌봄교실 이용 학생도 70명 중 20명 안팎에 불과했다.
학교가 쉬면 학원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도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대치동·목동, 성남 분당 등지 학원가에서는 ‘수학정복’, ‘초집중 수업’ 등을 내걸고 단기특강 수강생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도교육청은 단기방학 중에도 등교하는 학생을 위해 방과후 학교, 도서관 개방, 독서·운동·예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교직원, 학부모 도우미, 자원봉사 등을 활용해 학생 보호대책을 마련하기로 주문했다.
경기도교육연구원 이수광 교육연구부장은 “부모의 노동여건과 연동되지 않으면 학생들이 방치될 염려가 있다”며 “방학중 등교 학생 안전망과 노동조건과 연동하는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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