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딸 “정부 작가지원 줄이다니, 문단 황폐화 위기”

박경리 딸 “정부 작가지원 줄이다니, 문단 황폐화 위기”

입력 2016-04-22 07:13
수정 2016-04-22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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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정부의 일방적인 삭감 유감”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들어 문예진흥기금 가운데 작가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정부가 국정 기조로 제시한 ‘문화융성’이 빈말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 박경리 선생(1926~ 2008)의 외동딸이자 원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인 김영주(70) 씨는 “박경리 선생의 유지에 따라 창작활동을 돕기 위해 운영 중인 기숙형 창작실 ‘작가 레지던스’가 갑작스러운 정부의 지원 예산 삭감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김 이사장은 “올해 들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작가 레지던스에 대한 지원을 줄인 것을 비롯해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며 “모든 문화예술의 뿌리인 문단이 황폐해질 위기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토지문화재단에 따르면 문학창작 집필공간(작가 레지던스) 지원 분야 정부 예산이 2014년과 2015년 각 5억 원에서 올해부터 절반 수준인 2억5천만 원으로 줄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시·소설·수필 등 문학 작품집 발간을 위해 지원하던 문학창작기금도 2014년 10억 원에서 2015년 7억 원으로 줄인 뒤 올해는 아예 없앴다.

2014년 10억 원, 2015년 3억 원이던 우수문예지발간지원 예산도 올해는 모두 폐지돼 영세작가들의 집필환경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문학창작집필공간 예산이 줄면서 전국 6곳이던 작가 레지던스 가운데 1곳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나머지도 각각 25~30%가량 지원금이 줄었다.

토지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토지문화관 작가 레지던스는 지원금액이 지난해 1억1천만 원에서 올해 8천300만 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3~12월까지 10개월간 운영하던 작가 레지던스를 올해는 11월까지 단축 운영키로 하는 등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연평균 55~60명 정도 수용하던 인원도 올해는 47명으로 줄였다.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인 박경리 선생은 숲 속 조용한 공간에서 국내외 문인과 예술인들이 모여 창작활동을 하고 미래를 모색하게 하자는 취지로 1999년 자신이 살던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에 토지문화관을 세웠다.

토지문화관은 2001년부터 내국인 문인 창작실을 시범 운영하고 2004년에는 예술가 창작실, 2007년 해외작가 창작실로 대상을 넓혔다.

토지문화관 작가 레지던스에는 현재 국내 문인 10명, 예술가 3명, 해외 작가 2명 등 모두 15명이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예산 지원이 현장예술활동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 같다”면서 “글 쓸 공간이 축소되는 등 지원이 많이 감소해 작가들이 절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 이사장은 “선생이 돌아가시면서 후배들에게 글을 쓸 환경을 만들어 도움을 주려고 만든 유지를 살리기 위해 해마다 적자를 감내하면서 운영해왔는데 아무런 여론 수렴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작가지원예산을 대폭 줄여 유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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