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청사 침입 공시 합격자 조작 나흘간 몰랐다

정부청사 침입 공시 합격자 조작 나흘간 몰랐다

이민영 기자
이민영 기자
입력 2016-04-06 01:32
수정 2016-04-06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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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 공무원증으로 들락날락… 7급 필기 합격자에 본인 추가

문제 유출도 시도… 보안 구멍
인사처 “합격자 발표 지장 없어”

공무원시험 수험생이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침입해 합격자 명단을 조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행정부의 중심인 정부서울청사 보안이 반복해서 뚫리면서 보안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서울청사에서는 2012년에도 60대 남성이 교육과학기술부 직원 신분증을 이용해 18층 교과부 사무실에 침입, 불을 지른 뒤 건물 밖으로 투신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5일 대학생 송모(26)씨에 대해 절도, 현주건조물 침입,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과 인사처에 따르면 송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9시쯤 정부서울청사 16층 인사처에 몰래 들어가 컴퓨터를 켠 뒤 필기시험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송씨는 정부청사 헬스장에서 훔친 공무원 신분증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서울청사 사무실로 들어가려면 출입증을 태그해야 열리는 문(게이트)을 두 차례 통과해야 한다. 두 번째 게이트를 통과할 때에는 게이트 위 모니터에 출입증 소지자의 얼굴 사진이 뜬다. 결국 입구에서 신분증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인사처는 합격자 명단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숫자가 맞지 않고 컴퓨터 로그인 기록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지난달 30일에야 파악하고, 내부 보고를 거쳐 이달 1일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송씨가 정부청사에 침입한 지 6일 만에 신고가 이뤄진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공공청사는 민원인이 자주 드나들어 보안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침입이 발생한 지 나흘 만에야 그 사실을 알았다는 점과 출입증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후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 후 용의자를 특정해 전날 송씨를 제주도에 있는 주거지에서 긴급체포했다. 송씨는 지난 5일 국가공무원 지역인재 7급 필기시험 격인 공직적격성평가(PSAT)에 응시했으며, 필기시험 전에도 청사에 침입해 문제지를 유출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인사처는 합격자 명단 등에 대한 확인 작업을 거친 결과 6일로 예정된 합격자 발표에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인사처 관계자는 “송씨가 인사처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가직 7급 시험 담당 공무원이 누군지 확인하고 담당자 PC에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며 “비밀번호를 해제하는 기법도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미리 알아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공무원시험에 합격하고 싶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6-04-0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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