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손괴 혐의 수사 중 안면 있는 경찰관에 하소연 안 통하자 앙심
재물손괴 혐의로 수사를 받던 30대 여성이 수사와 관련없는 경찰관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다 염산을 뿌려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또 전씨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다른 경찰관 3명도 손등 등에 염산이 튀어 부상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전씨는 최근 이웃의 유리창을 깬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안면이 있던 박 경사에게 수차례 억울함을 호소했다가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는 2012년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다시 사귀자며 찾아오고 문자메시지로 협박했다며 2013년 9월 전 남자친구를 정보통신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박 경사는 이 사건을 담당했지만, 전 남자친구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각하 처분을 했다. 하지만 박 경사가 성심성의껏 응대해줘 사건은 별 탈 없이 종결됐다.
그러던 올해 2월8일 전씨는 자신이 살던 원룸 건물 1층 두 가구의 유리창을 깨뜨린 혐의(재물손괴)를 받게 됐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과 CC(폐쇄회로)TV 등을 토대로 전씨를 피의자로 지목하고 출석을 요구했다.
전씨는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는 대신, 과거 조사를 받으며 안면이 생긴 박 경사에게 전화해 혐의를 부인하며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사이버수사팀 소속인 박 경사는 형사과가 담당하는 재물손괴 사건과는 관련이 없어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했다. 전씨는 이후에도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같은 답을 받았다.
전씨는 이러한 박 경사의 태도에 앙심을 품어 이날 오전 손가방에 흉기와 염산이 든 보온병을 숨기고 찾아가 범행했다.
전씨는 이날 사이버수사팀 사무실에서 흉기를 들고 욕설하며 한 차례 난동을 피웠으며, 박 경사를 포함한 직원 4명이 복도로 데리고 나가 안정을 취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보온병에 든 염산을 갑자기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가 뿌린 액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 염산으로 확인됐다.
전씨는 500㎖ 용량의 염산을 작년 11월 인터넷에서 구매했다고 진술했지만, 정확히 어디에서 구매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는 경찰에서 “과거 친절하게 상담해줬던 박 경사가 내 편을 들어주지 않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시민은 알 권리가 있는데 경찰관이 자꾸 피해서 화가 났다”며 횡설수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인 박 경사는 치료를 받고 있어 안정이 필요해 당분간 조사가 어려울 것 같다”며 “전씨의 진술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프로파일러 조사와 함께 정신과 병력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악경찰서는 전씨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대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