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발휘않고 거수기역할 많아…‘전관 변호사’ 사외이사 논란

전문성 발휘않고 거수기역할 많아…‘전관 변호사’ 사외이사 논란

입력 2016-03-22 16:56
수정 2016-03-2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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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에서 대부분 찬성 의견…일부는 퇴임 전 직무와 ‘인연’있는 기업行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들이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허가 없이 대기업 사외이사로 선임됐거나 활동 중이어서 사외이사 자격과 선임 관행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외이사의 기본적인 역할은 경영진과 지배주주에 대한 견제다.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외부인사를 사외이사로 받아들여 경영진의 독선을 견제하고 준법경영을 강화하자는 게 근본 취지다.

그러나 이번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파악한 사례에서 보듯 일부 기업은 권력기관 출신 변호사들을 대거 영입해 ‘방패막이’로 삼거나 향후 돌발상황에 대비한 ‘보험’ 명목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기업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변호사 중 상당수는 이사회에서 찬성 입장만을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총장 출신인 송광수(66) 변호사는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영입된 이래 3년 동안 20차례 이사회에 참석하며 60여개 의안에 모두 찬성 입장을 냈다. 두산 사외이사로도 활동하는 송 변호사는 이 회사에서도 모두 찬성 표를 던졌다.

2006∼2007년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성호(66) 변호사도 2013년부터 CJ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자신이 참석한 모든 안건에 찬성 입장을 개진했다.

작년 기아자동차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귀남(65) 변호사도 7차례 이사회에서 모두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이 변호사는 2009∼2011년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물론 해당 기업이 충분한 검토와 자문을 거쳐 결정한 사안인 만큼 찬성, 반대 여부만으로 모든 상황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이들이 사실상 ‘거수기’ 역할에 그치면서 경영진 견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했는지는 의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부 인사는 재직 시절 수사했거나 직무와 직·간접으로 연관이 있었던 기업과 연고를 맺었다.

송 변호사는 2003∼2005년 검찰총장 시절 삼성가의 편법 경영권 승계 수사를 지휘했지만 퇴임 후인 2013년 삼성전자 사외이사를 맡았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다시 선임돼 3년간 활동한다.

이재원(58) 변호사는 자신이 지검장을 지냈던 서울동부지검장 관할 구역에서 제2롯데월드를 추진하던 롯데쇼핑의 사외이사가 됐다.

기업이 판·검사 출신 법조인을 영입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최태원 SK 회장 형제가 회삿돈 횡령 등 혐의로 재판을 받던 2012년 1월 이 회사에 전무급 이사로영입되기도 했다.

윤승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사외이사의 ‘방패막이’ 역할이나 입김이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통하기 때문”이라며 “후진적인 지배 구조를 선진화하려면 전관예우 문제를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사외이사 등 활동을 미리 신고하지 않은 회원들을 전수조사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과 전관 변호사들의 연결고리가 상세히 파악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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