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자 노리는 변호사·법조 브로커

개인회생자 노리는 변호사·법조 브로커

김양진 기자
입력 2016-03-14 23:04
수정 2016-03-14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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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상 진행 가능한 점 악용…명의대여·대부업체 돈놀이

서류 실수·위조… 인용률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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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파산 위기에 놓인 채무자들의 빚을 일부 탕감해 주는 개인회생 사건 영역에서 법조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개인회생 사건은 서류상으로만 소송이 진행된다는 점을 악용해 변호사의 명의를 빌린 뒤 대부업체까지 끼고 불법으로 ‘돈벌이’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10만 96건이었다. 5년 전인 2010년(4만 6972건)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서울지역 A 변호사는 “2004년 개인회생제도 시행 뒤 변호사 밑에서 노하우를 쌓다가 따로 사무실을 차린 사무장들이 몇년 전부터 급증했다”며 “최근 개인회생 사건의 상당 부분을 이들이 맡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소송을 취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긴 사무장 이모(53)씨가 대표적인 법조 브로커다. 이씨 등 일당 5명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2020건의 개인회생 사건을 처리하며 수임료로 31억 1600만원을 챙겼다. 변호사에게는 명의를 빌리는 대가로 한 명당 매월 300만∼600만원을 줬다. 건당 평균 150만원 정도인 수임료를 낼 능력이 없는 의뢰인들에게는 고리로 대출을 해 주기 위해 전문 대부업체와 결탁했다.

의뢰인들이 개인회생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고정수입’이 있다는 점을 법원에 증명해야 한다. 불법 브로커들은 이를 위해 서류를 조작해 주는 경우도 흔하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씨 사건 역시 지난해 말 서울중앙지법이 개인회생 사건의 검토 과정에서 직장명이 겹친 30여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11월 인천지검이 법조 브로커 77명을 무더기로 적발한 사건에서도 위조된 의뢰인들의 재직·소득증명서가 법원에 제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B변호사는 “법원이 4대 보험을 낸 시기나 급여가 지급된 때를 엄격히 확인하는 등 심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변호사가 아닌 사무장을 통해 개인회생이 신청됐을 때의 인용률은 상당히 낮은 편”이라면서 “사무장의 서류 준비 실수 등으로 개인회생의 기회가 사라지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귀띔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관련 법 개정 등을 통해 일부 사건에 한해 사무장 등도 사건을 다룰 수 있게 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나온다.

C변호사는 “사무장들이 개인회생 사건을 맡으면서 300만~400만원에 달하던 수임료가 100만원 정도까지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의뢰인 입장에서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면서 “음성화된 법조 브로커를 양성화하면 이들이 시장의 감시를 받으면서 탈세 등의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개인회생·파산 신청자들의 평균 부채액이 2013년 1억 4400만원에서 지난해 1억 500만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빚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줄고 있다는 뜻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2016-03-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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