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총책과 한달간 채팅…송금책 2명 붙잡아

보이스피싱 총책과 한달간 채팅…송금책 2명 붙잡아

입력 2016-01-07 11:11
수정 2016-01-0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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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부서 하승진 경위, 은어 열공하며 SNS로 조직원 행세

태국 보이스피싱 조직을 추적하던 인천 남부경찰서 지능 1팀 하승진(45) 경위는 지난해 11월 중순께 그들이 사용하는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큐큐’에 접속했다.

앞서 사기 혐의로 검거한 조직 중간관리책 등 5명 가운데 A(27)씨로부터 확보한 아이디(ID)와 암호를 입력해본 것이다.

곧장 조직의 총책으로부터 ‘잘 있었냐’는 안부를 묻는 문자가 날아왔다.

순간 ‘큐큐’를 통해 다른 조직원을 검거할 수 있겠다고 직감한 하 경위는 A씨 행세를 하며 답문자를 보냈다.

그는 수차례 총책과 대화를 이어가다가 고민에 빠졌다. 조직원들이 사용하는 은어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하 경위는 채팅 창에 최대한 말을 아끼면서 문자로 날아오는 은어를 A씨 등에게 물어보며 공부했다.

총책은 종종 조직원들의 검거 소식을 접한 듯 하 경위에게 넌지시 정체를 의심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하 경위는 오히려 화를 내며 답변하는 기지를 발휘, 의심을 피했다.

‘큐큐’를 ?해 대화를 한 달여간 이어가던 어느 날.

총책은 ‘너 오래 쉬지 않았냐. 이제 일 좀 하자. 돈 입금할 일 있으니 대포통장계좌번호를 넘겨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하 경위는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은행계좌번호를 알려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총책이 보이스피싱으로 가로챈 1천600만원과 280만원이 계좌에 입금됐다.

이어 총책은 ‘사람을 보낼테니 돈을 인출해 전달하라’고 문자를 보냈다.

하 경위는 총책이 보낸 B(26)씨 등 2명을 인천으로 유인해 곧바로 검거한 뒤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보이스피싱으로 사기친 돈을 현금인출책에게 넘겨받아 태국으로 송금하는 일을 담당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 경위는 “피해자들은 경찰 행세를 한 총책의 범행에 속아 돈을 입금했다”며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경위를 설명하고 돈을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피해자들은 앞서 경찰이 시킨 대로 했다며 돈을 받는 것을 거절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고 말했다.

하 경위는 자신의 은행계좌로 입금된 1천880만원을 피해자 2명에게 돌려줬다.

경찰은 B씨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나머지 태국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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