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 방지법’ 잇따라 발의…법무부도 개정 논의

‘불효자 방지법’ 잇따라 발의…법무부도 개정 논의

입력 2015-12-28 13:40
업데이트 2015-12-2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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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해제 사유 ‘부당한 대우’ 추가·해제권 행사기간 대폭 늘려

최모(89)씨는 1964년 큰아들에게 등기를 이전해준 부동산의 소유권을 놓고 40년도 더 지난 2006년 소송을 냈다.

당시 남편을 여의고 남은 재산을 정리해 마련한 토지와 주택을 큰아들 명의로 뒀는데 큰아들이 2000년 부동산을 팔아버렸기 때문이다.

최씨는 소송에서 당시 증여가 자신과 동생들을 잘 보살피는 조건으로 한 민법상 ‘부담부 증여’였다고 주장했다. 약속을 어겼으니 증여를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서 등 부양을 조건으로 걸었다는 증거가 없었다. 법원은 상대에게 의무가 발생하는 ‘부담부 증여’가 아닌 단순 증여라며 최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순 증여라도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증여를 해제할 수 있는 조항이 별도로 있다. 민법 556조는 ‘증여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증여를 해제할 수 있도록 했다. 각서가 없더라도 자녀가 봉양을 잘 못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된다.

그러나 법원은 설령 그렇더라도 ‘이미 이행한 부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민법의 또다른 조항을 근거로 최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등기이전 등으로 재산을 완전히 넘기기 전에만 증여 취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씨는 50여년 전 ‘효도 각서’를 받아놓지 않은데다 불효자 재산 반환을 가로막는 민법의 각종 조항 때문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최근 논의되는 이른바 ‘불효자 방지법’은 부양의무를 저버린 자식에게 물려준 재산을 좀 더 쉽게 돌려받을 수 있게 이런 민법 규정들을 정비하는 내용이다.

최씨는 소송 도중 민법 556조 2항과 558조가 재산반환을 어렵게 해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소원은 2009년 기각됐지만 이 조항들이 6년 만에 고스란히 개정 대상에 올랐다.

556조 2항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증여를 해제할 때 해제권을 6개월 이내에 행사하도록 했다. 이 조항은 “자식이 잘 못 모셨다고 해서 어느 부모가 6개월 만에 소송을 내느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558조는 증여 절차가 이미 이행된 경우 이마저도 못하게 하는 조항이다. 헌법재판소는 “법률관계의 안정성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이 조항에 합헌 결정했다.

현재 불효자 방지법은 2건이 국회에 제출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 등 22명이 서명한 민법 개정안은 증여 해제권 행사기간을 ‘해제 원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1년 또는 증여한 날부터 5년’으로 늘리고 558조는 없애는 내용이다.

증여를 해제할 수 있는 사유에 ‘학대나 그밖의 현저하게 부당한 대우’를 추가해 폭을 넓히고 증여받은 재산으로 얻은 이익까지 반환하도록 했다.

서영교 의원 등 10명이 발의한 민법 개정안도 거의 비슷하다. 해제권 행사기간을 2년으로 두고 증여 해제 또는 부양의무 청구를 가능하도록 했다.

민 의원 등은 “현행 민법의 증여조항은 배신행위자에 지나치게 유리하고 증여자에 불리한, 한마디로 ‘배은망덕 조장법’”이라고 주장했다.

두 법안 모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아 내년 5월 19대 국회 회기가 끝나면 폐기될 처지다.

그러나 재산만 물려받고 망은(忘恩)하는 불효자를 그냥 둬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데다 법무부도 관련 조항 개정을 검토하고 있어 논의가 끊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는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등 외국 민법을 참고해 의원발의안과 같은 맥락의 민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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