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 중 5%는 ‘남성’… 1위 ‘강제추행’, 2위는 무엇?

성폭력 피해자 중 5%는 ‘남성’… 1위 ‘강제추행’, 2위는 무엇?

이슬기 기자
입력 2015-12-17 10:31
업데이트 2015-12-17 10:3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남성 성폭력 피해자 5.1%. 서울신문 DB
남성 성폭력 피해자 5.1%. 서울신문 DB
지난해 발생한 전체 성폭력 피해자 100명 중 5명은 남성으로 조사되는 등 남성 성폭력 문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인 남성 피해자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운데 피해 남성의 상당수는 ‘성폭력 피해자는 여성·아동만 해당한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2차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는 17일 이러한 남성 성폭력 피해 현황과 피해 사례,2차 피해 상황 등을 담은 ‘성인남성 성폭력 피해자 지원 안내서’를 만들어 여가부 산하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인 해바라기센터에 배포했다.

남성 성폭력 피해자 지원에 관한 정보를 담은 안내서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 남성 성폭력 피해자 5.1%…성인남성 피해자 해마다 늘어

여가부가 발간한 이 안내서에 따르면 경찰청이 집계한 성폭행 피해자 중 남성 비율은 2011년 3.8%에서 지난해 5.1%로 3년 새 1.3%포인트 증가했다.

남성 피해자 수는 2011년 749명,2012년 828명,2013년 1021명,2014년 1천66명으로 3년 새 42.3% 급증했다. 이 중에서도 21세 이상 성인 남성 피해자가 2011년 474명,2012년 450명,2013년 538명,2014년 603명으로 2011년 대비 2014년은 27.2% 증가했다.

남성 피해자의 피해 유형을 보면 강제 추행이 60%로 가장 많았고 강간이 20% 이상으로 그 뒤를 이었다.

피해 사례는 각양각색이었다.

안내서에 수록된 언론 기사에는 가해자가 같은 직장의 여성 상사이거나,대리운전기사나 택시기사가 여성 손님을 태웠다가 성폭력을 당한 사례 등이 등장했다.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목욕탕 장면을 촬영하다가 일반인의 알몸이 그대로 노출된 것도 성폭행의 일종으로 언급됐다.

피해자들은 대체로 신체적인 피해와 함께 심리적 피해를 호소했다.

여가부가 2013년 실시한 성폭력 실태조사에서 ‘평생 신체적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었던 피해자의 일상생활 변화’ 항목에서 남성 응답자의 70.3%가 ‘타인에 대한 혐오’를,17.3%가 ‘신변 안전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또 올해 상반기 여가부가 운영하는 성폭행 피해자 지원센터인 해바라기 센터를 찾은 남성 성폭력 피해자의 53%가 ‘우울·불안’을 호소했고,26%는 ‘분노’를 표출했다.



◇ 남성 피해자가 직면하는 더 큰 문제…“너는 남자잖아”

남성 성폭력 피해자들도 여성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수치심,자기책망,공포,무가치한 느낌,공허함 등에 시달린다.타인에 대한 불신이나 열등감,고립감,소외감 등도 피해자들이 흔히 겪는 심리적 후유증 중 하나다.

이런 공통된 증세와 더불어 남성은 성폭력 피해를 입은 뒤 ‘성 정체성’ 등의 문제로 혼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신이 성폭행 ‘피해자’라는 사실이 ‘남자’에 대한 일반적 인식과 다르다 보니 스스로 ‘남성성’에 혼란이 일어난다고 안내서는 설명했다.

이런 ‘남성다움’에 대한 사회적 인식 때문에 피해자들은 사건 이후 경험하는 무기력이나 취약함을 인정하거나 표현하지 못하는 문제도 나타냈다.

안내서는 이런 ‘남성다움’이란 규범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지느냐가 회복 과정에서 중요한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남성’과 ‘여성’을 바라보는 이분법적 시선으로 남성 피해자들은 2차 피해에도 노출된다.

이들이 경험하는 2차 피해의 주요 요인은 ‘성폭력 피해는 여성·아동에게만 발생한다’는 잘못된 통념 때문이다 .또한 남성 성폭력 피해를 ‘별것 아니다’라고 가볍게 여기거나 ‘진정한 성폭력이 아니다’라고 의심하는 태도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피해자가 동성애자인 경우 자신이 상황을 초래했다고 느껴 자책하거나 또다시 ‘표적’이 되지 않으려고 동성애 관련 집단에서 탈퇴하거나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양상을 보였다.



◇ “남성은 성폭력으로 인한 상처가 적다?”…잘못된 인식 바로잡아야

여가부는 남성 성폭력 피해자 지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잘못된 인식과 통념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점을 지목했다.

안내서는 이를 위해 남성 피해자나 주위 사람들이 흔히 가진 인식을 질의응답 형태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남성은 성폭력 피해를 입지 않는다’거나 ‘남성은 여성보다 성폭력 피해로 인한 상처가 적다’,‘남성 가해자에 의해 피해를 입으면 동성애자가 될 수 있다’,‘가해자가 여성이면 피해 남성은 행운이라 여겨야 한다’,‘어린 시절 성적 피해를 입은 남성은 나중에 가해자가 된다’ 등의 인식이 전혀 근거가 없으며 잘못됐다는 것이다.

안내서는 또 주위 사람들이 남성 피해자라는 특성에 맞춰 도움을 건네는 방안을 소개했다.

안내서는 △ 열린 마음으로 피해자 공감하기 △ 피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도록 피해자 격려하기 △ 피해자의 개인성향보다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지지하기 등을 ‘알아두면 좋을 팁’으로 제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