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인형극으로 아동 성폭력 막는 백의의 천사들

6년째 인형극으로 아동 성폭력 막는 백의의 천사들

입력 2015-11-16 08:12
업데이트 2015-11-1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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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병원 간호사들 굿네이버스와 협력해 인형극 공연

“낯선 아줌마가 따라오라고 하거나 아랫집 아저씨가 자꾸 나를 만져요. 어떻게 해야 하죠?”, “안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는 ‘백의의 천사’들이 시간을 쪼개 아동 성폭력 예방 교육에 동참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아동학대 예방의 날(19일)을 앞두고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16일 서울아산병원과 굿네이버스에 따르면 이 병원 간호사 20여명은 2010년 인형극 봉사단을 꾸려 송파구와 강동구, 광진구 일대 초등학교와 유치원을 찾아 아동 성폭력 예방 인형극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강의 형태로 봉사를 시작했지만 아동 성폭력 예방 인형극 사업을 하는 굿네이버스의 도움을 받아 더욱 친근하게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낯선 이가 따라오라고 하거나 ‘택배가 왔다’며 누군가 문을 열어달라고 하거나 이웃집 어른이 성추행하려 하는 등 다양한 상황극을 연출해 유괴. 성폭력 등 학대 상황에서 대처 방법을 알려준다.

봉사단은 20∼40대 간호사 17명으로 구성돼 있다. 근무처도 일반 병동부터 중환자실, 응급실, 정신건강의학과, 투석실 등 다양하다.

한 달에 1∼2회 무대에 서는 이들은 이달 12일 서울 강동구의 강명초교 1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공연했다.

간호사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에 속한다. 그래서 이들이 성폭력 예방 인형극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이들은 “호응도 좋고, 인형극이 끝나면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고 복창하는 아이들이 기특해 벌써 6년째 활동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희연(30·응급실 근무) 간호사는 “성폭력은 주변에 알려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일이라는 것을 각인시키고 이를 피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어쩔 수 없이 나쁜 일이 일어나면 본인 탓이 아니라는 것을 가장 강조한다”고 말했다.

2년째 참여하는 한민영(26·흉부외과 중환자실) 간호사는 스마트폰을 앞세워 자신을 따라오라고 유혹하는 ‘나쁜 아줌마’역을 전담해 연기한다. 자신도 어렸을 때 자칫 나쁜 일을 당할 뻔한 경험이 있다.

그는 “초등학교 때 어떤 아저씨가 ‘용돈 줄 테니 같이 가자’며 차를 타고 따라와 그를 피하려고 골목길에 숨었다가 더 위험해질 뻔한 적이 있다”며 “그땐 내 잘못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한 줄 알고 부모님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적극적으로 대응해 범죄자에게 경고하고 위험을 벗어날 수 있다”며 “내가 어렸을 때 이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것 같아 더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3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의 직업 특성상 시간을 맞추는 것조차 쉽지 않지만, 매달 근무표가 나오기 전 상의해 비번 일자를 조율하며 연습과 공연을 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더 많은 동료와 함께 아직 찾아가지 못한 학교와 유치원에서 공연을 이어갈 계획이다.

10세 자녀를 둔 김 간호사는 “우리 자식들이 밖에 나가 놀아도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책무”라며 “우리가 노력해 사회를 조금씩 바꿔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인형극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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