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현장> 여고생 ‘병상투혼’에 VIP병실 내준 세브란스병원

<수능현장> 여고생 ‘병상투혼’에 VIP병실 내준 세브란스병원

입력 2015-11-12 09:27
업데이트 2015-11-1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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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美대사 치료한 곳…병원, 공사중지·의료진 대기 ‘배려’

“트럭에 다리가 깔려 뼈가 다 으스러져서도 첫 마디가 ‘시험 봐야 되는데’였다니…. 엄마로서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서울 서초구의 한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현모(18)양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한 달가량 앞둔 지난달 14일 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중간쯤 건넜을 때 횡단보도 쪽으로 방향을 틀던 트럭이 미처 현양을 발견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었다.

차에 치인 뒤 오른쪽 다리를 깔린 현양은 전신 타박상뿐 아니라 우측 다리의 뼈 상당 부분이 산산조각나는 큰 상처를 입었다.

12일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현양은 이날 병원 측이 특별히 마련한 병실로 옮겨 병상에 앉아 수능을 치른다.

사고 직후 으스러진 뼈를 맞추는 수술을 받고 점차 회복 중이지만, 아직 오랜 시간 앉아 있기에도 버거운 상태라 수험생으로서는 극히 악조건이다.

뼈를 고정하는 핀을 몸속에 여러 개 박아 놓은 데다 피부까지 심하게 다친 터라 앞으로도 피부이식 등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아야 한다.

부상이 워낙 심하다 보니 통증도 지속적으로 찾아온다. 시험일이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현양은 진통제를 투약하며 시험을 치러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현양은 사고 순간부터 줄곧 “고3이라 수능을 꼭 봐야 한다”는 말을 계속할 만큼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병상에 누워서도 짬짬이 휴대전화로 인터넷 강의를 시청했고, 두 살 터울인 대학생 언니에게 부탁해 집에서 책을 가져와 마지막 복습에 주력했다.

금지옥엽처럼 키운 딸이 난데없는 사고를 당한 뒤 곁에서 눈물을 참지 못하는 어머니를 위로하고자 애써 통증을 참고 밝게 지내는 의젓한 모습도 보였다.

‘시험을 망치는 한이 있어도 일단 시험은 보겠다’는 현양의 의지에 병원도 힘을 보탰다.

병원 측은 2인실에 입원 중인 현양이 병원에서 가장 큰 VIP실로 옮겨 수능에 응시하도록 배려했다.

이 병실은 올 3월 흉기로 습격당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치료받은 곳이다. 병원 측은 VIP실 이용료를 따로 청구하지 않을 방침이다.

행여 시험에 방해될지 몰라 듣기평가가 진행되는 시간대에는 건물 내 공사도 잠시 중지하기로 했다. 만약을 대비해 간호사들도 대기한다.

평소 어린아이들을 좋아한다는 현양은 유아교육과 진학이 목표라고 한다.

현양의 어머니는 “수능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도 했지만 시험을 치르려는 아이의 의지가 너무 강했다”며 “성심껏 도와주신 병원 관계자 등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리고, 아이가 나중에 꼭 사회에 보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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