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이뤄낸 변화’ 경희대, 교양필수 과정 폐지

‘학생들이 이뤄낸 변화’ 경희대, 교양필수 과정 폐지

입력 2015-11-08 10:52
업데이트 2015-11-0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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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 독서 프로그램 ‘에피스테메’…”인문적 소양 길러줄 다른 제도 고민”

최근 일부 대학이 일방적인 학사제도 개정을 추진해 학생들의 반발을 사며 논란이 됐지만 경희대에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제도를 바꾸기로 해 주목된다.

8일 경희대에 따르면 이 학교 정치경제대에서 필수이수 과정인 교양 프로그램 ‘에피스테메’(Episteme)가 9일 학과장 회의 의결을 거쳐 폐지될 예정이다.

2010년 도입한 에피스테메는 2학년까지 전공별 필독도서 4권과 추천도서 4권, 자기추천도서 4권 등 총 12권을 읽고 권당 1천800자 이상의 독후감을 작성해 지도교수의 승인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을 이수하지 않으면 정경대 장학금과 각종 프로그램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졸업도 할 수 없다.

정경대 학생회는 시행 6년째를 맞이한 에피스테메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학생들의 부담만 늘린다고 판단해 지난달 12∼15일 학생 71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7%는 에피스테메가 효용이 없다고 답했고, 72.4%는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답변자 중 독후감 12권을 모두 제출한 학생은 15%에 그쳤고 한 번도 내지 않은 학생도 49.2%나 됐다. 대부분 미뤄놓았다가 벼락치기로 낸다는 것이다.

독후감을 제출했지만 지도교수 등으로부터 피드백을 한 번 이상 받아본 학생은 23%뿐이었다.

권예하 정경대 학생회장은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정경대 학장에게 제도 폐지를 제안했다”며 “폐지에 따른 예기치 못한 부작용 등을 막기 위해 필요한 부분을 함께 논의하자는 부탁도 했다”고 밝혔다.

강제상 학장은 제안을 검토한 뒤 지난달 29일 학생회에 회신했다.

‘대다수 학생이 폐지를 원한다고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재학생들이 강력하게 원하기에 학장으로서 폐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강 학장은 “에피스테메의 목적은 학생들이 독서를 통해 인문적 소양을 기르게 하는 것인데 학생들의 부담에 비해 성과가 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학생들이 폐지를 건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학생들의 인문적인 소양을 기를 수 있는 다른 제도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과 소통하며 학사제도를 고민하는 모습은 최근 대학가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중앙대와 한국외대, 한양대 등 일부 대학은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여파로 작년부터 상대평가 등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인 학사제도 변경을 추진하다 내홍을 겪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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