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피해자 구하다 숨진 정연승 상사 부친 정경화씨 돌연 사망 “추모행사 때도 건강했는데…아들 잃은 슬픔과 충격 컸던 듯”
“아들 여읜 슬픔이 너무 컸던 것 같습니다.”지난 9월 교통사고 피해자를 구조하다 트럭에 치여 숨진 고(故) 정연승 특전부대 상사의 아버지가 아들의 추모비가 세워진 지 일 주일여 만에 돌연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정 상사의 아버지 정경화(71) 씨는 지난 5일 오전 11시20분께 충북 충주시 가금면 잠병리 초당마을 자택에서 식사 도중 갑자기 쓰러졌다.
정 상사의 어머니가 119에 신고해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한 시간여 뒤인 12시30분께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아들이 숨진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그 뒤를 따랐다. 지난달 28일 아들의 추모 행사가 열린 지 8일 만의 일이다.
병원 쪽은 정 씨의 사인을 급성 심정지(심장마비)로 판단했다.
한 이웃 주민은 “연세가 있는 만큼 지병이 전혀 없진 않았지만 건강에 큰 이상은 없었다”며 “식사 중에 갑자기 쓰러지신 뒤 돌아가셔서 엄청 놀랐다”고 말했다.
정 씨는 지난달 28일 금가면사무소 앞 광장에서 열린 정 상사의 추모 행사에 유족 대표로 참석할 때만 해도 별 이상이 없어 보였다.
그는 추모 행사에서 “아들은 어렸을 적부터 심성이 착해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고 회고한 뒤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일을 하다 떠난 아들을 위해 추모비를 세우고 추모식도 열어주니 고맙다”고 했다.
정 씨는 정 상사가 고교 시절 물에 빠진 6명의 목숨을 구한 일을 소개하기도 했다.
추모 행사는 정 상사가 태어나서 고등학교까지 다닌 금가면 직능단체장들과 모교 동문이 그의 희생과 봉사 정신을 기리려고 자발적으로 추진위원회를 꾸려 마련한 것이다.
정 씨는 이날 행사에서 아들 추모비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제막했다.
그는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가슴 깊이 쌓인 슬픔이 가시지 않는다.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며 괴로운 심정을 토로해 왔다.
금가면 관계자는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하셨다. 충격을 견디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상사는 지난 9월 8일 경기도 부천에서 출근길에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피해자를 구조하던 중 신호 위반 트럭에 치여 서른다섯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2000년부터 장애인 시설과 양로원에서 목욕, 청소, 빨래 봉사를 해왔고, 결식아동과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매달 10만 원씩 후원해 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추모 물결이 일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