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폭넓게 허용땐 신뢰도 문제”
여권의 영문 이름이 한글 발음과 완전히 다르지 않다면 영문 철자를 함부로 바꿀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호제훈)는 A씨가 “여권 영문명 변경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A씨는 2000년 자신의 이름에서 ‘정’을 영문으로 ‘JUNG’으로 표기해 여권을 발급받았으나 지난해 여권 재발급 신청을 하면서 이를 ‘JEONG’으로 변경해달라고 했다. 외교부는 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문화체육관광부 고시인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ㅓ’는 ‘eo’로 표기하도록 규정돼 있다. 해외에서도 ‘JEONG’으로 표기했기 때문에 철자를 바꾸지 않으면 해외에서 여권 인물과 동일인임을 계속 입증해야 할 처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여권법상 영문성명 정정·변경 사유는 ‘여권의 영문성명이 한글성명의 발음과 명백하게 일치하지 않는 경우’ 등으로 제한돼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영문성명 변경을 폭넓게 허용하면 여권의 신뢰도가 저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15-11-04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