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만 안 했어도”… 말은 아꼈지만 문상객들 성토 반, 푸념 반

“정치만 안 했어도”… 말은 아꼈지만 문상객들 성토 반, 푸념 반

김양진 기자
입력 2015-04-10 23:46
업데이트 2015-04-11 02:1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분위기 무거운 서산의료원 빈소

10일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충남 서산의료원. 앞서 고인이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검찰과 박근혜 정부에 불만을 토로했지만 이날 빈소를 찾은 문상객들은 대체로 말을 아꼈다. 그간 쌓아온 ‘기업인’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데다, 성 전 회장이 정치권에 뒷돈을 전달했다는 보도 등으로 어수선해진 주변 상황이 그대로 반영돼 있었다.

이미지 확대
성완종 빈소 찾은 유승민
성완종 빈소 찾은 유승민 10일 유승민(왼쪽 두번째)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충남 서산의료원을 찾아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정권 실세들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메모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산 연합뉴스
●“바보 같이 왜 혼자… 박근혜 정권 규탄”

장례위원장을 맡은 박성호(79) 한국서예비림협회 명예회장은 몰려든 취재진들을 향해 “죽은 사람 사진만 찍으면 뭐하냐, 박근혜 정권 규탄해야지”라면서 “저런 바보 같은 성 회장, 돈 받아먹은 놈들 굴비 엮듯 엮어서 같이 가야지 왜 혼자 가느냐”고 울부짖었다. 이어 “우리 충청인 가슴을 이렇게 멍들게 해서 그게 무슨 충청 총리냐”며 이완구 국무총리에게로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박 명예회장이 고함치자 곧바로 서산장학재단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장례위원들이 회의를 열었다.

일부는 검찰의 정치수사·표적수사를 규탄하면서 “기자회견을 하자”, “신문광고를 내자”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지만 유족 측의 제동으로 결국 조용하게 장례를 치르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성 전 회장의 둘째 동생인 석종(58)씨는 “형님이 결국 고인이 되어서도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가족들이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정치권에 금품을 전달한 정황을 적은 메모가 발견된 것에 대해서도 “형님으로부터 그런 내용을 전해 들은 바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분식회계 억울… 검찰이 표적 수사”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곳곳에서 들렸다. 경남기업 직원은 건설업계 사정을 뻔히 알면서 몰아붙인 표적수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사는 했지만 발주처가 대금 지급을 미루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못 받은 걸 장부에 안 적으면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그래서 돈을 못 빌리면 회사가 망한다”며 “그걸 가지고 9000억원대 분식회계라고 하면 어떡하나. 회장님이 가장 억울해했던 부분”이라고 성토했다.

●8만원, 매출 2조 기업 오너가 마지막 지닌 돈

고향 주민 최정옥(70·여)씨는 고인을 ‘서산의 큰 인물’이라고 불렀다. 그는 울먹이며 “그 집안이 베푸는 걸 참 좋아했다”면서 “넥타이도 못 매는 수수한 분이고, 가난한 학생 공부시켜 주는 분인데 잘못이 좀 있어도 사람을 봐가면서 (수사를) 해야지”라고 말했다. 1963년 10원짜리 지폐 한 장 들고 상경해 매출 2조원 경남기업의 오너가 된 성 전 회장이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었던 돈은 5만원권 1장과 만원권 3장 등 모두 8만원 뿐. 국회의원까지 지냈지만 발 벗고 빈소를 가장 먼저 찾아 준 사람 역시 고향 사람들이었다. 한 문상객은 “정치만 안 했어도”라며 영정 앞에서 오열했다.

서산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2015-04-11 2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