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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女승무원 가슴에 두꺼운 파일철을…

조현아, 女승무원 가슴에 두꺼운 파일철을…

입력 2015-01-16 10:39
업데이트 2015-01-1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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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 “나한테 대들어,어따대고 말대꾸야.내가 세우라잖아”

‘땅콩 회항’ 사태 당시 항공기 운항이 시작된 지 몰랐다고 줄곧 주장해 온 조현아(40·구속기소)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실제로는 이미 항공기 출발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승무원들에 욕설을 퍼부으며 가슴과 손등을 때린 것도 사실로 드러났다.

대한항공 사무장. 대한항공 조현아. ‘땅콩 회항’. / KBS, 서울신문.
대한항공 사무장. 대한항공 조현아. ‘땅콩 회항’. / KBS, 서울신문.
16일 연합뉴스와 경향신문이 보도한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5일 0시 37분(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 공항에서 인천행 대한항공 KE086편에 1등석 승객으로 탑승했다. 1등석에는 조 전 부사장을 포함해 승객이 단 2명뿐이었다. 6분 뒤 여성 승무원 김모씨가 개봉되지 않은 상태의 견과류 봉지를 쟁반에 받쳐 제공했다. 그러자 조 전 부사장은 “이렇게 서비스하는 게 맞느냐”며 매뉴얼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당시 기내에 있던 사무장·승무원들은 이륙 준비를 위해 안전벨트와 짐 보관상태 등을 점검하고 있었다.

사무장 박창진씨는 곧바로 조 전 부사장의 좌석으로 와서 매뉴얼이 담긴 태블릿 PC를 가져다줬다. 그러자 조 전 부사장은 “내가 언제 태블릿을 가져오랬어, 갤리인포(기내 간이주방에 비치된 서비스 매뉴얼)를 가져오란 말이야”라고 질책했다. 박씨가 주방으로 뛰어가 파일철을 가져오자 조 전 부사장은 파일철로 팔걸이 위에 얹힌 박씨의 손등을 3~4차례 내리치며 “아까 서비스했던 그X 나오라고 해, 당장 불러와”라고 고함쳤다.

김씨가 오자 조 전 부사장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삿대질을 하면서 “야 너, 거기서 매뉴얼 찾아. 무릎 꿇고 찾으란 말이야. 서비스 매뉴얼도 제대로 모르는데, 안 데리고 갈 거야. 저X 내리라고 해”라고 소리쳤다. 이어 1등석 출입문 앞으로 걸어가 사무장 박씨를 돌아봤다. 조 전 부사장은 “이 비행기 당장 세워. 나 이 비행기 안 띄울 거야. 당장 기장한테 비행기 세우라고 연락해”라고 호통쳤다.

그러나 당시 비행기는 제7번 게이트를 떠나 유도로 방면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박씨는 “이미 비행기가 활주로에 들어서기 시작해 비행기를 세울 수 없다”고 말렸지만 조 전 부사장은 “상관없어. 네가 나한테 대들어. 어따 대고 말대꾸야”라고 꾸짖었다. “내가 세우라잖아”라는 말을 3~4차례 반복했다. 그동안 항공기가 운항을 시작했는지 알지 못했다고 해 온 조 전 부사장의 주장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0시 53분 박씨는 인터폰으로 “비정상 상황이 발생해 비행기를 돌려야 할 것 같다”고 기장에게 보고했다.

기장은 결국 22초간 약 20m를 이동한 항공기를 멈춰세웠고 박씨는 “부사장이 객실 서비스와 관련해 욕을 하며 화를 내고 있고 승무원의 하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추가 보고했다. 기장은 곧바로 항공기를 탑승구 게이트 방향으로 돌렸다.

박씨는 조 전 부사장에게 “죄송합니다”라고 했고 조 전 부사장은 “말로만 하지 말고 너도 무릎 꿇고 똑바로 사과해”라고 했다. 박씨도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은 화를 참지 못하고 승무원 김씨 가슴 부위를 향해 파일철을 던진 뒤 좌석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김씨 어깨를 밀치면서 3~4m가량 출입문 쪽으로 몰고 갔다. 파일철을 돌돌 말아 벽을 수십회 내리치며 “너 내려”라고 했다. 박씨에게는 “짐 빨리 가져와서 내리게 해. 빨리”라고 다그쳤다.

뒤늦게 조 전 부사장은 변경된 매뉴얼에 따라 김씨가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것을 알게 됐다. 이번에는 적반하장격으로 박씨에게 ‘화살’을 돌렸다. 조 전 부사장은 “사무장 그○○ 오라 그래”라고 했다. 이어 “이거 매뉴얼 맞잖아. 네가 나한테 처음부터 제대로 대답 못해서 저 여승무원만 혼냈잖아. 다 당신 잘못이야. 그러니 책임은 당신이네. 네가 내려”라고 소리쳤다. 박씨를 출입문으로 밀어붙인 뒤 “내려. 내리라고”라는 말을 반복했다.

기장은 오전 1시쯤 관제탑에 “사무장 내리고, 부사무장이 사무장 역할을 한다. 추가로 교대시키는 것은 아니다”라고 교신했다. 박씨는 하기에 앞서 조 전 부사장과 다른 1등석 승객에게 사과했다. 조 전 부사장은 “내리자마자 본부에 보고해”라고 말했다. 5분 뒤 박씨는 비행기에서 내렸다. 승객 247명을 태운 비행기는 1시14분이 돼서야 이륙을 위해 다시 활주로로 향했다. 37분간의 소동으로 항공기 출발이 늦어졌지만 기내에는 한마디의 사과 방송도 없었다.

사태가 언론에 보도되고 국토교통부가 조사에 착수하자 조 전 부사장은 조사가 시작된 첫날부터 직원들에게 ‘거짓진술’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첫날인 지난달 8일 오후 4시쯤 여모(57·구속기소) 상무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언론에서 항공법위반 여부에 대해 거론하고 있으니 최종 결정은 기장이 내린 것’이라고 국토부 조사에 임하도록 주문했다.

또 여 상무에게 ‘승무원 동호회’(KASA)를 통해 이번 사태가 자신이 아닌 박씨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는 취지로 소문을 퍼뜨리라고 지시하며 여론을 잠재우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여 상무는 조 전 부사장에게 ”지시하신 대로 사태가 종결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메일을 보내는 등 수시로 상황 보고를 했다.

이런 가운데 당시 조 전 부사장 외에 유일한 일등석 승객이었던 A씨가 언론 보도를 보고 대한항공 고객센터를 통해 조 전 부사장으로 인해 겪은 불편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자 여 상무는 같은 달 10일 오전 7시 30분쯤 대한항공 지창훈 사장에게 직접 “이 승객은 당시 상황을 목격한 사람인데 고객서비스실에서 사과 및 위무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장님께서 고객서비스실에 특명을 내려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대한항공 고객서비스팀에서는 상무가 직접 나서 같은 날 일등석 승객에게 언론 접촉을 삼가줄 것과 불편사항을 ‘사과’로 잘 마무리 지은 것으로 말해달라고 회유했다. 조 전 부사장 역시 이같은 과정을 전부 보고받았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업무방해,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총 5개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조 전 부사장의 첫 재판은 19일 오후 2시 30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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