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 기록영화 다시 이어진다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 기록영화 다시 이어진다

입력 2014-07-21 00:00
업데이트 2014-07-2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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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관동(關東·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들에게 자행한 학살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 한국에 알려진 오충공(吳充功·59·도쿄) 감독이 또다시 관련 작품 제작에 들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재일동포인 오 감독은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을 기록영화로 제작한 유일한 감독으로 첫 작품 ‘숨겨진 손톱자국(1983)’, 두 번째 작품 ‘불하된 조선인(1986)’에 이어 3번째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이들 작품은 관동 조선인 학살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 목격자들의 증언을 자세하게 담고 있어 당시의 상황을 고발하고 이해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은 1923년 9월 도쿄(東京), 요코하마(橫浜) 등 관동 지역에서 발생한 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확산하면서 6천 명 이상의 재일 조선인들이 일본 군인과 경찰, 민간인 자경단 등에 의해 학살된 사건을 말한다.

3번째 작품은 2013년 관동대지진 90년 추모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기획되기 시작했다.

조선인 학살이 인종차별에 근거한 민족 대량학살범죄(제노사이드·genocide)라는 인식이 일본 학자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했고 일본 사회에 뿌리깊이 남아 있는 한국인에 대한 차별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 사건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우선 받아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작용했다.

첫 작품이 만들어지고 나서 3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건 당시 가해자와 피해자, 목격자 등 대부분이 세상을 떠나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배상을 요구해왔지만, 일본정부의 철저한 외면과 한국정부의 무관심으로 현재까지 문제해결 없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점도 영화 제작에 걸림돌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일본 도쿄 주일대사관 이전 과정에서 관동대지진 피살자 명부가 사상 처음으로 발견된 데 이어 지난 1월 도쿄 고토(江東)구 가메이도(龜戶) 경찰서에서 대지진 당시 자행된 학살을 기록한 증언에 일치하는 희생자들의 신원과 유족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영화 제작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오 감독은 지난 14일 한국을 찾아 일주일간 머물며 서울과 제주, 부산 등에서 촬영했다.

그는 국가기록원을 찾아 희생자 명부를 확인한 데 이어 가메이도 경찰서에서 잔인하게 학살당한 제주 대정읍 인성리 출신 조묘송씨 일가 5명의 유족 조팔만, 조민성씨 등을 만나 인터뷰했다. 조팔만씨는 조묘송씨 일가가 몰살된 이후 대가 끊기자 그의 양자로 들어가 50년 가까이 제사를 지내왔다.

이번 작품은 이들 유족의 이야기와 학살 이후 일본 현지에서 희생자 실태와 사건 진상을 조사한 학자, 시민단체 회원들의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다.

일본에서 일부 희생자들의 유골이 발견되기도 하는 등 1편과 2편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도 함께 다뤄진다.

오 감독은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과 같은 비극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한국정부가 일본 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철저히 사실을 밝히고 일본정부의 사과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동대지진 추모행사에 맞춰 9월 전에 영화를 완성했으면 좋겠지만 빨리 만드는 것보다 제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늦어도 올해 안에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다룬 오 감독의 첫 번째 작품 ‘숨겨진 손톱자국-도쿄 아라카와 제방 주변으로부터 시타마치에 이른 학살’은 당시 도쿄의 아라카와(荒川) 하천부지 학살 현장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조인승씨와 유언비어를 믿고 학살에 가담했던 가해 일본인의 인터뷰와 신문기록, 영상, 사진 등을 통해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과정을 사실적으로 담았다.

두 번째 작품 ‘불하된 조선인-관동대지진과 육군 나라시노 수용소’는 일본 육군이 보호 명목으로 나라시노 수용소에 수감된 조선인을 마을마다 조직된 자경단에게 살해용으로 배급했던 사건을 담고 있다. 한국인들이 학살된 조선인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여 학살 현장인 일본 지바(千葉)현 야치요시 관음사에 세운 보화종루(普化鐘樓) 건립과정도 함께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라이프치히 영화제, 제3회 부산 국제영화제, 야마가타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등에서 상영됐으며 민간단체의 요청에 따라 일본과 한국, 미국 등에서 상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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