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 불황속 명맥 유지하는 청주 ‘헌책방’

서점가 불황속 명맥 유지하는 청주 ‘헌책방’

입력 2014-07-10 00:00
업데이트 2014-07-1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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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문로 대성·보문·중앙서점 40년 역사 자랑

“언젠가는 다시 찾아줄 고객들을 위해 이 자리에서 장사를 계속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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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이 쌓인 책들
수북이 쌓인 책들 10일 오전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청소년광장 인근 대성서점에서 주인 박봉순(77)씨가 책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판시장 불황과 전자책 등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점차 문을 닫는 서점이 느는데도 꿋꿋이 한 자리를 지키며 40년 역사를 자랑하며 명맥을 이어온 청주의 헌책방들이 있다.

10일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청소년광장에 위치한 대성서점.

매일 오전 9시께 주인 박봉순(77)씨는 기대감에 부풀어 8평 규모의 조그마한 가게 문을 연다. 박씨가 아침부터 바삐 움직이는 이유는 헌책을 찾아오는 고객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불과 1∼2미터 떨어진 곳에는 중앙서점이 있고 조금만 더 가면 보문서점이 있다. 두 서점은 대성서점과 마찬가지로 중앙로의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헌책방이다.

누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비슷한 시각 세 서점은 매일 문을 연다. 이제는 누가 문을 열지 않으면 걱정이 될 정도다.

보문서점의 주인 이보형(70)씨는 “매일 아침 조기축구회를 함께 다닌다”며 “문을 안 열면 서로 안부전화를 할 정도로 친하게 지낸다”고 말했다.

가게 문을 연 지 몇 시간이 지났지만, 오후 들어서도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책을 둘러보고 가는 손님이라도 있으면 고마울 따름이다. 이렇게 해서 이들이 손에 쥐는 한 달 수입은 100만원 정도.

여기서 이것저것 빼다 보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 그나마 세 곳 모두 가게 세를 내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유일한 위안이다.

대성서점의 주인 박씨는 “매일 벌어들이는 수입을 모두 수기로 기록해 놓는데 그리 많지 않다”며 “안될 때는 아예 없고 잘될 때는 6만원 정도 벌고해서 날마다 다르다”고 말햇다.

헌책방 전성기였던 30년 전만 해도 이곳은 지금과는 사정이 달랐다. 10여곳이 넘을 정도로 많은 헌책방이 문전성시를 이뤄 청주의 ‘헌책방 거리’로 불렸다.

헌책방에는 헌 참고서나 문제집 등을 사려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잘나갈 때는 입구에 들어서지 못할 정도로 붐볐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세태가 바뀌어 헌책을 찾는 손님이 줄면서 헌책방들은 하나둘씩 사라졌다. 사람들로 넘쳐났던 공간들은 수만 권의 책들이 차지했다.

손님이 주는 만큼 오히려 책들은 나무가 줄기를 뻗어가듯 비좁은 공간을 채워갔다.

천장에 닿아 더는 자라지 못한 높은 책 기둥들은 조금씩 옆으로 덩치를 키워 계속 불어났다.

표지가 누렇게 변해 매혹적인 향기를 뿜어내는 고서(古書)에서부터 손 한번 가지않은 신간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출판계 불황과 함께 전자책이 자리를 잡으면서 서점가는 구조조정의 폭풍이 불고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공개한 ‘2014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전국의 서점 수는 2003년 3천589개였지만 2005년 3천429개, 2007년 3천247개를 거쳐 2009년에는 2천846개로 떨어졌다.

지난해는 2천331개로 더욱 줄면서 10년 만에 무려 1천여개 이상의 서점이 자취를 감췄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헌책방들이 문을 닫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

이들은 다시 헌책방을 찾아올 고객들을 위한 기다림이라고 말한다.

중앙서점을 운영하는 한영수(77)씨는 “막걸리를 가져와 나눠마시자고 했던 손님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며 “손님이 안 와도 아침에 문을 여는 것은 언젠가 이곳을 다시 찾아줄 단골손님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골들이 다시 찾아올때 반갑게 맞을 수 있도록 언제든 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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