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보류’ 망신당한 인권위, 재심 답변서도 ‘부실’

‘등급보류’ 망신당한 인권위, 재심 답변서도 ‘부실’

입력 2014-07-06 00:00
업데이트 2014-07-0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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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C 답변서에 추상적 의견만…”권한행사 않고 법률 탓만” 지적

국가인권위원회가 국제 기준에 못 미치는 활동으로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로부터 ‘등급보류’ 판정을 받은 뒤 재심사를 위해 제출한 답변서에도 여전히 부실한 내용을 담아 빈축을 사고 있다.

인권위 위상이 추락했는데도 뚜렷한 개선 노력이나 계획 없이 추상적인 답변만 나열하고 있고, 국제적 인권 기준에도 무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ICC는 세계 120여개국의 인권기구 연합체로, 5년마다 각국 인권기구의 활동이 ‘국가인권기구 지위에 관한 원칙’(파리 원칙)에 들어맞는지 판단해 A∼C 등급을 매긴다.

인권위는 2004년 ICC 가입 때 A등급을 받았고 2008년 심사에서도 같은 등급을 유지했으나 지난 3월 ICC 가입 이후 처음으로 ‘등급보류’라는 수모를 당했다.

당시 ICC는 “인권위원의 다양성·투명성·독립성을 보완하라는 2008년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권고안에 대한 답변서를 6월 30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6일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실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달 말 ICC에 그동안의 활동 내용과 향후 계획을 담은 답변서를 제출했다.

답변서에서 인권위는 권고안 이행을 위해 ▲실무추진단 구성 및 운영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와 아태지역국가인권기구포럼(APF)에 법률 자문 및 모범입법례 요청 ▲전문가·시민단체 자문 요청 및 간담회 개최 ▲국회·대법원 등 관계기관 협의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 논의 등의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인권위가 국제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제대로 된 권한 행사 등 충분한 활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먼저 ICC 권고 이행과 관련한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실무추진단’은 외부 인사 없이 인권위 직원 11명으로만 구성됐다. 단장은 사무총장이 맡았다.

자문은 14명의 전문가와 28개 시민단체에 요청했으나 3개 단체와 6명의 전문가에게서 답변을 받은 게 전부다. 간담회와 전문가 설명회 개최는 단 한 차례씩뿐이었다.

인권위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인권위원 선발 시 투명성 확보를 위해 관련 규정 신설, 신분보장 규정 강화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만 밝혔다.

’향후계획’으로 제시된 내용도 그동안의 활동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가·시민단체 의견 지속적 수렴,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통한 인권위법 개정안 마련, 대법원·관련부처와 인권위법 개정안 협의, 인권위원 인선을 위한 가이드라인 작성 외에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이와 관련, 인권위는 “ICC 권고사항은 법률개정의 문제로 인권위가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관계기관과 협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외부의 시각은 다르다.

전병헌 의원은 “인권위의 답변은 ICC가 요구한 투명성, 다양성, 독립성 보완에 대한 아무런 의지가 없어보인다”며 “현병철 위원장이 물러나지 않는 한 ‘식물인권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새사회연대 신수경 대표는 “법 개정이 아니더라도 인권위의 공식적 권한인 정책권고를 통해 파리원칙을 인권위원의 추천·임명과정에 반영되도록 노력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추진할 수 있는데도 권한을 충분히 행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 5월 보고서에서 “2008년 ICC 권고 이후 인권위 독립성 확보를 위해 정부가 제출한 인권위법 개정안이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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