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부인하자 CCTV 끄고 뺨 때린 경찰관

혐의 부인하자 CCTV 끄고 뺨 때린 경찰관

입력 2014-07-04 00:00
업데이트 2014-07-04 14:2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검찰, 강남서 강력팀 형사 기소…시민위원회 의견 반영

현직 경찰관이 절도 피의자를 조사하면서 수차례 폭력을 휘두르는 등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송규종 부장검사)는 형법상 독직폭행 혐의로 전직 경찰관 박모(33)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 강력팀 소속이었던 박씨는 지난 2월13일 오전 10시30분께 경찰서 형사과 진술영상녹화실에서 특수절도 혐의로 체포된 피의자 A(24)씨의 얼굴과 다리 등을 손발로 수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조사를 받던 A씨가 일부 범행을 부인하자 후배 경찰관을 시켜 영상녹화 CCTV를 꺼버린 뒤 “왜 거짓말을 하냐. 형사가 우습게 보이냐”며 욕설을 했다.

이어 수갑을 찬 채 앉아있던 A씨의 귀를 잡아당기고 뺨을 손바닥으로 때렸으며 A씨의 정강이를 걷어차는 등 약 8분에 걸쳐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수사가 끝난 뒤 검찰로 신병이 인계된 A씨는 경찰관에게 폭행당했다고 담당 검사에게 털어놨다.

확인 결과 경찰은 A씨의 진정을 접수해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해당 조사실에는 영상녹화 카메라 외에 경찰서 담당 간부만이 들여다볼 수 있는 또다른 CCTV가 설치돼 있는데 여기에 폭행 장면이 고스란히 찍힌 것이다.

경찰의 조사 내용을 넘겨받은 검찰은 박씨를 사법처리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하지만 동료 경찰관들은 평소 열심히 업무를 처리하는 박씨가 의욕이 넘쳐 잘못을 저질렀다며 이를 감안해 선처해달라고 잇따라 탄원을 해왔다.

실제 박씨는 능력을 인정받아 비교적 젊은 나이에 경사 계급으로 진급하기도 했다.

검찰은 고심 끝에 지난달 19일 사건을 검찰시민위원회에 회부해 의견을 물었다.

내용을 검토한 시민위원 13명 중 12명은 박씨의 잘못이 크다고 보고 불구속 기소로 뜻을 모았다. 기소유예 의견은 1명이었다.

시민위원들은 독직폭행 당시 카메라를 끄라고 지시받은 후배 경찰관이 이를 문제 삼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박씨를 처벌하지 않으면 이같은 일이 재발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은 박씨는 징계가 너무 무겁다며 소청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한편 A씨는 절도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6월을 선고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2010년 양천서 사건 이후로 독직폭행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됐다”며 “동료들이 선처를 구하는 등 일부 참작할만한 점도 있었지만, 시민위원들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