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한국서 이주민 돕기 나선 미국인 타나리

<사람들> 한국서 이주민 돕기 나선 미국인 타나리

입력 2014-07-02 00:00
업데이트 2014-07-0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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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동남아 출신 이주민 차별하지 않았으면…

“케이팝(K-pop)과 한국 문화, 한국 사람들은 정말 좋지만, 동남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을 차별하는 인식은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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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주민건강협회 인턴으로 일하는 미국인 타나리
한국이주민건강협회 인턴으로 일하는 미국인 타나리 이주민 지원단체인 ’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미국인 나리쓰 타(24. 한국명 ’타나리’) 씨. 미국 하와이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그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지난 2월부터 고려대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으며, 희망의친구들에서 영어와 캄보디아어 통역을 맡아 이주민들을 돕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민 지원단체인 ‘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이하 희망의친구들) 사무실에서 만난 미국인 나리쓰 타(Narith Ta.24) 씨는 한국 생활에서 느낀 안타까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미국 하와이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그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지난 2월부터 고려대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필수 과정으로 봉사활동을 찾다 희망의친구들 문을 두드려 3월부터 5개월째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발음을 고려해 이름도 한국식으로 ‘타나리’로 지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한 도시 웨스트코비나에서 나고 자란 그는 10대 시절부터 한국 사랑에 푹 빠진 ‘한류 전도사’였다. 인터넷으로 접한 소녀시대, 빅뱅의 태양 같은 한국 가수들에게 열광하기 시작해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인 어바인 캠퍼스에 입학해서도 부모님 몰래 전공을 ‘한국 문화와 문학’으로 정해 공부했고, 관련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따기 위해 한국학이 있는 하와이대학교까지 갔다. 대학교에서는 한국 문화 클럽을 만들어 LA 지역에서 열리는 한국 문화 축제 준비를 돕고 한국 문화를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제 드디어 꿈꿔 오던 한국 땅에서 한국어 실력을 다지고 생생한 한국 문화를 즐길 수 있게 됐지만, 그는 케이팝이나 화려한 대중문화보다는 오히려 한국 사회의 그늘진 부분을 접하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고 했다.

그가 특별히 한국의 이주민 문제에 관심을 품게 된 것은 그 역시 미국에서 이주민 2세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중국과 베트남의 혈통이 섞인 아버지는 베트남전 당시 전쟁 난민으로 미국에 왔고, 베트남과 캄보디아 혼혈인 어머니는 1980년대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런 부모의 영향으로 그는 어릴 때부터 집에서 베트남어와 캄보디아어를 접했고 캄보디아어는 일상 회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구사한다.

희망의친구들에서 그는 영어와 캄보디아어 통역을 도우면서 여러 이주노동자를 만나 그들이 일터와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들었다. 또 경기 남양주의 가구 공장 단지를 방문해 이주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을 직접 마주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이주민 유입에 보수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들이 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특히 노동자들에게 그런 시선이 더 심한 것 같아요.”

동남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에게 가하는 인종차별 문제도 체감했다.

”캄보디아나 베트남 같은 동남아시아 나라들이 경제가 안 좋다 보니 이쪽에서 온 사람들을 차별하는 것 같아요. 일종의 인종차별(racism)이죠. 미국에서는 이주의 역사가 오래됐기 때문에 인종차별에 대한 연구도 많고 사회적인 관심도 큰데, 한국에서는 아직 이 문제 자체가 주변부에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제 서서히 이슈로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이런 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미국의 정부 기관이나 NGO에서 아시아 이주민을 지원하는 일을 한 뒤 언젠가는 한국의 강단에서 인종차별을 주제로 한 수업을 한국말로 하고 싶다고 했다.

”제 마음속에 있는 한국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어요. 다만, 한국 사람들이 이주민 문제에 대해 잘 모르거나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서 그런 차별이 생기는 것 같아요. 언어 소통이 잘 안 돼서 오해가 생기는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점점 마음을 열고 있어서 앞으로는 문제가 나아질 거라고 기대합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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