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화물 적재량 조작관행 4년 전 알고도 방치

검찰, 화물 적재량 조작관행 4년 전 알고도 방치

입력 2014-06-11 00:00
업데이트 2014-06-1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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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무혐의 받은 제주항운노조 위원장 뒤늦게 체포

검찰이 선사와 하역업체, 항운노조의 암묵적인 화물 적재량 조작 관행을 4년 전에 알고도 방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세월호 침몰의 주요 원인이 과적 운항으로 밝혀진 가운데 선사와 항운노조 등이 화물적재량을 임의로 조작해 온 사실을 검찰이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세월호 참사로까지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제주지검은 세월호 사건이 터져 문제가 제기되자 최근 제주항운노조 관계자 등 6명을 구속한 데 이어 10일 4년 전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제주항운노조 위원장 전모(57)씨 등 2명을 체포하는 등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전씨 등은 화물적재량이 허위기재된 청해진 해운의 보고서에 따라 노임하불표와 하불목록 등에 축소된 화물량을 그대로 기재해 화물 적재량 조작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임하불표는 화물량 하역에 따른 노임을, 하불목록은 화물량과 화물내용 등을 기록한 것이다.

검찰은 제주에서 인천으로 들어간 삼다수 화물량 등을 통해 세월호와 오하마나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지난 2011년부터 최근까지 200여 차례에 걸쳐 화물 적재량을 해운조합에 축소 보고했고 하역업체와 제주항운노조가 화물 하역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사실은 제주항운노조 소속 김모(47)씨가 지난 2010년 초 임금문제로 제주항운노조와 하역업체인 S해운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광주지방노동청에 고발,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제주지검이 2010년 11월 김씨에게 보낸 고소·고발사건 처분 결과 통지서를 보면 2009년 8월 3일 삼다수를 제주 서귀포항에서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화물선 A호의 하역작업 당시 모 하역업체 노임하불표와 항운노조 작업일지에 적힌 삼다수 하역작업량은 8피트 컨테이너 총 260개였다. 싣고 내린 물량이 각각 130개로 같다.

노동청과 검찰의 수사결과에서는 실제 작업량이 기재된 양보다 2배 이상 많은 각 280개씩 모두 560개로 드러났고 이러한 상황은 2달여 동안 이어졌다.

당시 항운노조, 하역업체 관계자 모두 이러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역업체가 항운노조와 짜고 화물량을 축소 기재해 작업량과 노동비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선사는 화물을 많이 실을수록 이윤이 많이 남고 하역업체는 작업량을 축소 기재하면 줄어든 양만큼 하역임금을 줄임으로써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항운노조도 이를 알고도 묵인해 하역에 종사한 근로자들이 실제 일한 양보다 적게 수당을 받는 등 불이익을 받았다.

김씨는 이러한 관행으로 노동자들이 제 몫의 일을 하고도 그에 합당한 노임을 받지 못했다며 노동청에 고발한 것이다.

그러나 노동청과 제주지검은 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항운노조와 하역업체가 물동량 유치를 위해 임시총회 결의를 거쳐 하역단가를 조정했다”며 “단가를 불리하게 변경한 계약에 문제가 있을 뿐 작업물량 조정에 대해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검찰은 당시 “조합과 조합원 간에 근로관계에서 이뤄지는 업무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지급받은 금품은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이며 작업물량을 임의로 조작한 부분을 문제 삼지 않았다. 단순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이라는 혐의 사실에만 국한한 결론이었다.

당시 검찰과 노동청의 수사과정에서 화물량 조작 관행이 드러났지만 무혐의 처분이 나면서 관행은 개선되지 않고 이어졌다.

만약 검찰이 다른 혐의로 수사를 진행해 잘못된 관행을 끊었더라면 4년 뒤인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여전히 불합리한 관행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사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지검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에야 뒤늦게 세월호 화물 적재량 조작에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제주항운노조 관계자 등 6명을 구속한 데 이어 10일 오전 제주항운노조 위원장 전씨 등 2명을 체포했다. 제주항운노조 위원장 전씨는 4년 전 김씨에 의해 고소·고발당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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